이세돌 9단이 드디어 구글의 알파고에게 1승을 거뒀다.
3국을 내리 패배한 후 철치부심 복기와 분석, 그리고 절묘한 전략을 실행한 4국의 결과다.
세기의 대결로 불리는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을 중계한 많은 바둑 전문가들은 중계를 하는 동안 인공지능에 대한 놀라움과 두려움을 경험했다.
알파고가 두는 수들이 처음에는 어떤 의미인지 잘 파악하지 못했지만, 대국 후반에 가서 그 수들이 의미를 갖고 연결되는 걸 확인하면서 깜짝 놀랬던 것.
인공지능답게 인간처럼 당황하지도, 시간을 끌지도 않고 끝까지 수를 읽어가는 모습에서는 말그대로 "기계처럼 냉혹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인공지능이 인간과 비슷하게 바둑을 둘 것이라는 관점에서 이 대결을 지켜본 오류를 범했다. 이것은 이세돌도 마찬가지.
인공지능은 말그대로 인공의 지능이다. 이것은 뇌가 아니며 뇌처럼 작동하지도 않는다. 알파고는 수많은 바둑 대국의 데이터를 입력받은 알고리즘에 불과하며, 인간의 뇌가 편향성과 오류가 있듯이 인공지능 역시 편향성과 오류가 존재한다.
"만약 이세돌이 소프트웨어의 작동원리를 연구하고 이해하고 있다면 이세돌이 이길 것"이라고 평가한 카이스트 문송천 교수의 말은 현재 이 세기의 대결을 평가하는 가장 올바른 시각이다.
내리 3번의 패배를 지켜본 전세계 시청자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고 있다"는 묘한 패배감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가졌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이 대결은 사실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알파고는 이세돌의 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이세돌은 알파고의 데이터를 전혀 모르고 대결에 임했기 때문.
그래서 놀라운 것은 이세돌의 4번째 대국의 승리다.
이세돌은 결국 3번의 대국만에 인공지능 알파고의 허점을 노릴 정도로 상대방을 연구하고 이해했다.
3번의 대국 동안 이세돌은 단 한번도 알파고의 승률을 90% 이하로 내리는 수를 두지 못했지만, 4국에서는 70%대의 승률로 낮출 정도로 알파고의 패턴을 인지했다.
결국 87수만에 절묘한 한 수로 알파고의 승률을 50%까지 낮춰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한 이세돌은 그야말로 천재적인 학습능력과 투지를 보여줬다.
보통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의 가장 큰 허점은 '자멸'이다.
승률을 50%까지 밀고 들어간 이세돌에게 알파고는 79수부터 이전까지 보이지 않았던 허점을 드러내며 자멸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승부를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이것은 인공지능의 특성을 잘 모르고 구글을 잘 모르는 이야기다.
구글은 승부를 조작할만큼 정치적인 기업이 아니며, 데이터도 필요하고 마케팅도 필요한 이번 대결에선 그럴만한 동기도 매우 약하다.
4국은 결국 이세돌이 천재적인 기량을 발휘해 그 짧은 시간 동안 알파고의 취약성을 파악해서 공략한 결과로 이해하면 된다. 밀어부치다가 알파고 스스로가 이전까지 인공지능의 최대 취약점으로 지적되어 온 '자멸'의 패턴이 드러난 것.
게임은 불공정했지만, 반대로 이세돌의 천재성이 전세계에 알려지는 세기의 이벤트가 되었다.
마지막 5국은 정말 흥미로운 이벤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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