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영화(드라마)를 볼 때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흔한 의문 하나.
"자막이면 충분한 것을, 굳이 왜 더빙을 해서 원작의 스타일을 해치는가"
더빙을 제 2의 창작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원작의 느낌을 왜곡한다며 극혐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더빙은 당연히 숙련된 성우들이 출연해야 하기 때문에 돈도 많이 들어간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비난하는 '더빙'을 굳이 왜 돈을 들여 만드는가에 대한 간단하면서 의미심장한 이유가 있다.
하나씩 풀어보자.
1.문맹들을 위해서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문맹 퇴치 국가인 한국에선 자국어를 읽고 쓸 줄 모르는 '문맹'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자국어를 말할 줄만 하고 읽거나 쓸 줄 모르는 문맹의 비율은 국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선진국을 기준으로 해도 1%~5% 정도로 존재한다.
특히 미국은 3% 내외, 이탈리아는 5% 정도.
그리고 한국에서도 당연히 이 '문맹'은 존재한다.
공식적인 조사는 1966년이 마지막으로 1% 미만의 문맹율이 조사된 바 있지만, 그 후로는 확실히 더 낮아졌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고 해서 문맹이 전혀 없다고 보면 안된다.
비록 소수지만 반드시 존재하는 문맹들을 위해 자막이 아닌 더빙이 필요한 이유다.
2.문해율이 낮은 사람들을 위해서
글을 알아도 모든 문장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문장을 정확히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문해율'은 한마디로 글을 알아도 문장을 이해하는 능력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문해율은 또 다른 말로는 '실질 문맹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놀랍게도 한국은 실질문맹율이 OECD국가에서 최하위다.
2001년에 국제성인문해조사(IALS, International Adult Literacy Surveys)에서 조사한 한국의 실질문맹율은 최하위로 기록됐다.
소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요즘 글을 제대로 이해못하는 난독증 환자가 왜 이리 많냐"는 푸념이 꽤 나오는데, 이건 사실이다.
글을 알아도 문장을 제대로 못알아먹는 사람들의 비중이 OECD 국가에서 제일 많다는 의미.
그래서 한국에서도 '더빙'은 필요한 것.
3.아동과 노인을 위해서
문맹도 아니고 문해율이 낮은 것도 아닌 사람들도 존재한다.
아동과 노인은 여러 가지 이유로 자막의 속도를 못따라간다.
문자에 충분히 숙달되지 않았거나 노화로 인한 인지 속도의 저하가 대표적인 이유.
쇄락해가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부활시킨 극장판 '인어공주(1989)'가 한국에서 '더빙'이 아니었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심지어 당시 한국의 더빙은 원작의 분위기나 노래보다 더 훌륭했다는 평가가 주류. (아래 더빙을 들어보자)
아동들과 노인은 당연히 이처럼 '더빙'된 컨텐츠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에선 문맹도 없는데 왠 '더빙'이냐고 말하는 자막 유일론, 또는 더빙 혐오론에 대해 한번쯤 주변을 돌아보고 입장을 정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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