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적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줬던 '추억의 외화' 브이에서 외계인 얼굴이 뜯기는 장면입니다. 지금 보면 좀 조악하다고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정말 엄청난 충격파를 던졌던 외화였는데요. 이 드라마는 1983년 워너브라더스가 제작하고 미국 NBC에서 방영됐던 드라마입니다. 한국에서는 1985년 KBS에서 방송돼 엄청난 흥행을 끌었던 작품이죠.
인간과 똑같은 외모를 가진 외계인들. 그러나 그들의 정체는 파충류였죠. 평상시 인간 형태의 인공 피부를 뒤집어 쓰고 있지만 피부가 벗겨지면 끔찍한 실체가 드러납니다. 외계인의 혀는 뱀의 혀처럼 가늘고 끝이 두 갈래로 갈라져 있으며 입에서 독을 뿜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피는 초록색입니다.
먼저 간단한 스토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세계 주요 도시에 외계 비행체가 나타납니다. 이들은 겉으로는 평화를 외치고 있고 지구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싶다고 하죠. 그러나 실체는 파충류 외계인이었죠. 이들의 진짜 목적은 물과 먹이를 찾기 위함이었는데 먹이는 바로 인간입니다. 이를 눈치 챈 과학자들 중심으로 저항군, 일종의 레지스탕스가 조직됩니다. 방송기자였던 남자 주인공 마이클 도노번도 여기에 합류하죠. 기술력에서 한참 뒤떨어진 저항군은 게릴라전을 펼치다 마침내 외계인에게 치명적인 붉은 가루를 발견하고 종국에는 외계인을 물리친다는게 초반 5부작 내용입니다.
미국에서 이 드라마는 초반 5부작과 19편의 TV시리즈로 제작됐는데 인기, 흥행은 물론이고 작품 전체적인 퀄리티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TV시리즈는 스토리 짜임새나 연출 수준에서 초반 5부작과 비교해 뒤떨어지는데요. 시리즈를 방영했던 미국 NBC가 제작비에 큰 부담을 느꼈었다고 하네요. 이 때문에 TV시리즈에서는 우주선 내부의 계기판, 전반적인 인테리어 등에서 확연한 차이가 드러납니다.
어쨌든 드라마 소재나 스토리 전개 모두 당시에는 정말 충격적이었죠. 외계인의 피부가 뜯긴다는 설정도 그렇고 외계인과 인간 사이에서 혼혈 쌍둥이가 태어나는 등의 쇼킹한 에피소드들도 그렇습니다. 또한 이 드라마에서만 그랬던 것 같은데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있었던 브이 관련 루머들이 꽤 있었습니다.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외계인 리더 다이애나가 과연 생으로 쥐를 먹었냐 말았느냐를 놓고 당시 초딩들이 갑론을박을 펼쳤습니다. 이 장면은 드라마에서 외계인의 실체가 처음으로 드러나는 장면인데요. 남자 주인공인 도노반이 숨어서 몰래 이를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국내 방영 분에서 이 장면을 삭제했기 때문에 발생했는데요. 다이애나가 쥐를 입으로 가져가는 장면, 그리고 삼키기 바로 직전에서 자른 것이죠. 단순히 먹었느냐 안 먹었느냐 뿐만이 아니라 실제 배우가 먹는 척만 하려고 했는데 실수로 떨어뜨려 쥐를 삼켜버렸다라는 말도 안되는 루머가 돌았습니다. 지금 보면 CG가 조악한 면도 있지만 당시 미국에서도 워낙 충격적이었던 신인지라 2009년 리메이크판에서도 이 장면은 그대로 재현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보니까 쥐가 아니죠. 기니어피그였습니다.
두번째는 여자 주인공 줄리엣 패리쉬가 다이애나에게 잡혀 세뇌당하는 신인데요. 사실 이 장면은 많은 초딩들에게 성적 판타지를 안겨준 신이기도 합니다. 세뇌당할 때 줄리엣이 누드였느냐 아니면 살색 타이즈를 입고 있느냐가 논란이었는데 이런 루머가 퍼졌습니다. 원작은 누드인데 KBS에서 기술적으로 타이즈를 입힌 것이란 루머가 돌았었죠. 보시면 알겠지만..네 원작에서도 누드가 아닙니다. 다만 당시 초딩들에게는 청순하고 지적인 줄리엣이 저렇게 벌거벗고 야하게 나온다는게 충격과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자극을 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실제 이 장면은 미국에서도 꽤나 논란이 됐는데 줄리엣과 다이애나가 세뇌 과정에서 주고 받는 대화 내용이 성적인 요소를 다분히 포함하고 있다는 논란이 있었다고 하네요.
세번째는 이 드라마의 끝이 사실은 주인공의 꿈이었다라는 루머였습니다. 네 모든 것이 도너반의 꿈이었고, 실제 현실에서는 외계인 다이애나가 도너반의 부인이며 여주인공인 줄리엣은 그냥 옆집 사는 여자였다더라라는 루머가 퍼진 적이 있었습니다. 이 루머가 한창 드라마가 재밌을 때 퍼졌기 때문에 초딩 입장에서도 뭔가 허망함을 느꼈었는데 사실이 아니었죠. 시리즈 중 한 에피소드에서 다이애나가 줄리엣으로 변장해 '전쟁은 오래 전에 끝났고 도노반과 줄리엣은 함께 살고 있으며 도노반은 기억 상실에 걸린 것'이라고 속이는 장면이 있는데 이 부분이 와전된 것이란 설명이 있네요. 그런데 당시 국내 신문기사를 보면 이 세번째 루머대로 드라마가 끝난다는 실제 기사도 있는데요. 언론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게 없네요.
네번째는 TV시리즈의 진짜 결말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이 시리즈의 결말이 좀 이상합니다. 엘리자베스 맥스웰, 여기서 엘리자베스는 앞서 설명했던 외계인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여자 아이입니다. 엘리자베스가 전쟁을 끝내기 위해 외계인들의 왕을 만나러 가고 도노반 일행은 지구로 돌아온다는 내용인데 이 도노반 일행 중 카일 베이츠가 없어진 것을 알고 놀라면서 드라마가 끝이 납니다. 이상하고 괴상하고 찝찝한, 그리고 열린 결말입니다. 이 때문에 당시 초딩들 사이에서는 사실 미국판은 끝이 아닌데 국내 방영분에서만 끝이 난 것이라는 루머가 있었는데요.
사실일까요. 당시 TV시리즈는 갈수록 인기가 떨어져 방송사 측에서 골머리를 앓았다고 하네요. 초반 5부작과 비교해 예산 자체게 적게 책정됐고 스토리 또한 점점 허술해졌죠. TV시리즈 중반쯤 되면 왠간해서는 끝날 것 같지 않는 지루한 싸움이 계속 되풀이됩니다. 주요 인물도 하나둘 죽으면서 시리즈 자체가 시간이 흐를수록 힘이 떨어진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브이는 국내에서 1991년 재방영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브이 덕후들은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결말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는데요. 그렇습니다. 브이는 원작 또한 이상하고 괴상하고 찝찝한, 열린 결말로 종료가 됐습니다. 국내판과 미국판의 결말이 다르다는 루머는 사실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사진] 외화 브이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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