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 이용자들 사이에서 '딥페이크' 기술을 적용한 얼굴 합성 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딥페이크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페이크'(fake)의 합성어로,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만든 가짜 사진이나 영상를 의미한다. 과거 전문가 영역으로 여겨졌던 합성 기술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서 SNS에서 일종의 놀이문화로 자리잡은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 딥페이크 기술을 바라보는 시선은 좋지 않다. 딥페이크가 대중에 알려지게 된 계기가 'N번방' 사건이기 때문. 하지만 업계에선 딥페이크를 사진·영상 콘텐츠에 새바람을 불러올 '혁신' 기술로 주목하고 있다. 단, 대중이 실제 사진과 합성 사진을 구분할 수 없는 건 해결해야 할 과제다.
◇ 얼굴 합성앱, 구글플레이 인기 순위 3·4위 등극
얼굴 합성앱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건 딥페이크 기술이 '오픈소스'화 되고 나서부터다. 오픈소스란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소스코드를 공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오픈소스 커뮤니티인 '깃허브'에서 '딥페이커'라는 아이디의 개발자는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기 위한 소스코드를 모두 공개했다. 즉, 개발 관련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딥페이크 영상 및 얼굴 합성앱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
최근 국내 구글 플레이에선 얼굴합성앱이 나란히 인기 순위 3·4위 차지했다. 3위는 우크라이나의 AI 회사 네오코텍스트가 개발한 '리페이스', 4위는 중국의 이노베이셔널 테크놀로지스가 개발한 '페이스플레이'다.
두 앱의 핵심은 딥페이크를 이용한 얼굴합성 기능. 이용법도 간단하다. 휴대폰에 저장된 셀카 1장과 앱이 제공하는 TV·드라마 유명배우 사진을 연결하면 자동으로 얼굴을 합성해준다. 경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합성이 잘 된 경우는 실제 사진과 구별하기 힘든 정도다.
최근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리페이스' 관련 게시물은 무려 60만개. 출시한지 보름이 지난 '페이스플레이' 관련 게시물도 2만5000개에 달한다. SNS에선 이같은 얼굴 합성앱이 한번 쯤 해봐야 할 이른바 '인싸앱'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 가상인간·메타버스도 결국 '딥페이크'
사실 한국에선 'N번방 사건'의 영향으로 딥페이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크다. 하지만 최근 IT·게임업계에선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디지털 휴먼'(가상인간)이다. 디지털 휴먼은 인간과 비슷한 모습으로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가상 인물을 지칭한다. 지난달 27일 스마일게이트는 가상 인간 '한유야'를 선보였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팬덤을 형성한 후 연기, 음반 발매까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활동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9년 컴퓨터 비전 전문 회사 '딥스튜디오'는 가상 인물을 멤버로 한 4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을 제작한 바 있다. 아직 데뷔 전이지만 해당 그룹의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공식 계정 팔로워는 20만명을 넘어섰다.
이뿐만이 아니다. IT업계는 이같은 딥페이크 기술을 '메타버스' 플랫폼에 적용할 계획을 구상중이다. 메타버스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현실의 '나'와 유사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
가상인간을 제작하는 싸이더스 스튜디오X 김진수 이사는 "현재 가상인간 제작기술을 이용해 메타버스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현실과 유사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기술은 죄가 없다…단, 진짜·가짜는 구분해야"
김명수 서울여대 바른 AI 연구센터장은 딥페이크 기술에 대해 사진·영상 콘텐츠에 새바람을 넣을 신기술이라 설명했다. 단, 대중이 실제 사진과 합성 사진을 구분할 수 없는 건 문제점이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한국은 N번방 사태의 영향으로 딥페이크 기술과 '범죄'를 연결시키지만, 사실 기술은 죄가 없다"면서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디지털 휴먼부터, 메타버스까지 얼마든지 창조적인 곳에 쓰일 수 있는 기술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최근엔 얼굴합성앱의 등장으로 누구나 딥페이크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보니 '신뢰'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대표적인 예가 SNS에 올라온 사진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별할 수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미국처럼 딥페이크 콘텐츠에 '디스클레이머'(Disclaimer)가 도입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디스클레이머는 일종의 정보 표시 규칙이다.
김 센터장은 "미국에선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 딥페이크 콘텐츠를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딥페이크로 만들었다는 정보를 꼭 화면 상에 노출해야 한다"며 "사람들을 혼동시키지 말라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타인의 사진으로 딥페이크 콘텐츠를 만들면 '초상권' '인권침해' 등의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딥페이크가 일상 속에 녹아들고 있는 만큼 윤리 의식도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진]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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