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안전한 성생활을 돕기 위한 '100원 콘돔 자판기' 속 콘돔을 일부 성인들이 마구 뽑아가면서 해당 자판기를 설치한 점주가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23일 청소년 콘돔 자판기를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인스팅터스'는 공식 트위터 계정 '이브콘돔'을 통해 신논현 매장 점주가 분노한 사연을 전했다.
이브 디스펜서 설치해주신 신논현 매장 점주님께서 굉장히 분노하시다가 결국 극단의 조치를 취하셨습니다. 청소년용인거 다 알면서 값싸다고 막 뽑아간 성인들 평생 오르가즘 못 느낄거에여. ㅇ_ㅇ 한밤중에 취객이 걷어차질 않나...극한직업인것.... pic.twitter.com/ZiHx9NiSuA
— Eve Condoms (@evecondoms) 2017년 3월 23일
인스팅터스 측은 "이브 디스펜서 설치해주신 신논현 매장 점주님께서 굉장히 분노하시다가 결국 극단의 조치를 취하셨다"고 말문을 열었다.
첨부된 사진에는 신논현역 점주 A씨가 콘돔 자판기 앞에 붙인 안내문이 담겨 있다.
안내문에는 "월급 받으면서 애들 콘돔 빼았는 XX들에게"라며 "돈 없고 콘돔 구매하기 힘든 학생들을 위해 설치했더니 돈 버는 어른들이 쓰고 있다"고 하소연하는 내용이 적혀있다.
이어 A씨는 카카오톡 아이디와 연락처를 적어놓고는 "(이제 연락하면) 내가 나와서 직접 (콘돔을) 전달하겠다"고 판매 방식 변경을 알렸다.
해당 자판기는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청소년들을 위해 제작된 것으로 19세 이상 성인은 사용해선 안 된다.
청소년 전용 콘돔 디스펜서가 1월 안으로 전국 4개 지역에 시범적으로 설치될 예정입니다. 서울 신논현 & 녹사평, 광주 충장로, 부산 서면이 현재 확정된 지역이에욥 :D "만 19세 이상 성인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초록 포스터를 찾아주세욥! pic.twitter.com/x1v0nemhXX
— Eve Condoms (@evecondoms) 2017년 1월 11일
그러나 이를 악용하려는 성인 사용자를 제한할 마땅한 규제는 없어 난처한 상황이다.
현재 신논현역 청소년 콘돔 자판기는 눈에 띄지 않는 매장 안쪽으로 위치까지 옮겨진 상태다. 해당 자판기는 지난 16일 한 취객이 발로 차 쓰러지는 등 고초를 겪고 있다.
한편 이 안내문에 논란이 일자 하루만인 24일 인스팅터스 측은 두가지 해명을 내놓았다.
판매 방식 변경은 운영상 모든 권한을 위임받은 신논현 매장 점주 개인 자율에 따른 선택이며 이를 제외한 다른 기기는 전과 동일하게 자판기의 형태로 운영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신논현 청소년 전용 콘돔 자판기에 관련하여 피드백 드립니다. 1. 판매 방식 변경은 설치와 함께 운영 상 모든 권한을 위임받은 신논현 매장 점주님 개인의 자율에 따른 선택이며, 다른 기기는 전과 동일하게 자판기의 형태로 운영됩니다.
— Eve Condoms (@evecondoms) 2017년 3월 24일
또 안내문에 쓰인 '형'이라는 어휘와 반말 말투가 불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신논현 점주는 이 비판의 내용을 인정하고 현재 해당 텍스트를 모두 제거한 상태다.
2. '형'이라는 어휘와 반말의 사용으로 인하여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인남성의 위계와 젠더비중립성에 따른 불편이 발생하였습니다. 현재 신논현 점주님께서는 비판의 내용을 인정하시고 해당 텍스트를 모두 제거한 상태입니다.
— Eve Condoms (@evecondoms) 2017년 3월 24일
ⓒ오펀 (www.ohfun.net)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ohfu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