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출발하기 직전 긴장되는 순간, '레디(ready·준비)'를 외치는 사람은 한국인이었다.
24일 스브스뉴스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제빙상연맹 소속 스피드스케이팅 스타터 심판 오용석 씨를 소개했다.
오씨는 빙속 황제 이상화가 출전했던 2018 평창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레디'라는 감미로운 목소리의 주인공이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나 집에서 중계 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성우' 혹은 '외국인'의 녹음본을 재생한 것이라 추측했다.
하지만 이 목소리는 녹음을 재생한 게 아니라 생방송으로 방송되는 '라이브'였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외국인도, 성우도 아닌 바로 한국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터 심판 오용석씨다.
지난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한국인 최초로 스타터 심판으로 활약했던 그는 평창올림픽에서도 한국에선 유일하게 스타터를 맡았다.
오씨의 '레디'는 다른 심판들과 조금 다르다. 훨씬 저음인 데다가 단어를 길게 늘어뜨리는 특징이다.
오씨는 "선수들 부담갖지 말라는 의미에서 의도적으로 더 저음으로 말한다"고 했다.
선수들을 향한 오씨의 배려는 이뿐만이 아니다. 다른 스타터 심판들보다 준비시간을 2~3초 정도 더 준다.
극도의 긴장감을 느낄 선수들에게 크게 심호흡하고 자신만의 루틴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선수들을 배려하는 오씨지만 그도 긴장될 때가 있다. 스타트라인에 우리나라 선수가 서 있을 경우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선 이상화 선수의 출전이 그랬다.
그는 "상화 잘탔다"고 칭찬하면서도 "그런데 감정 티 나면 안 되죠. 공정해야 하니까요"라며 프로페셔널한 면모를 보였다.
실제로 오씨는 국제 심판으로 활동하면서도 단 한 번도 실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종목은 출발기록이 곧 경기 전체를 좌우하기 때문에 그만큼 스타터 심판의 역할이 크다.
스타터 심판은 신호가 울리기 직전,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는 그 찰나의 순간을 캐치해야 한다.
냉철함과 노련함이 동시에 요구되는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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