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가 부산 청중으로부터 들었던 당혹스러운 말을 전하며 부산 출신 아내에게 도움을 받아 오해를 푼 일화를 전했다.
16일 tvN ‘알쓸신잡3(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시즌3)’에서는 시즌 세 번째 국내여행으로 떠난 부산에서의 아홉 번째 이야기를 방송했다.
김영하 작가는 부산에서 강연 중 한 부산사람으로부터 “이런 거 또 언제 합니까?”라는 질문을 들었다고 한다.
김 작가의 아내는 부산 출신으로서 이를 해석해 주었는데, “오늘 강연 너무 좋았고, 다음에 이런 기회가 있다면 꼭 참여하고 싶은데, 언제 또 하실 계획인지?”라는 뜻이었다.
또 “뭐 보고 작가 됐어요?”라는 질문을 들었는데, 김 작가 아내의 해석으로는 “작가가 되려면 많은 책을 읽으시고 많은 작가로부터 영향을 받으셨을 줄 안다. 특별히 영향을 받은 작가나 작품이 있으면 말씀해주시겠습니까?”라는 속뜻이 있었다고 했다.
이 내용이 방송된 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역별로 확연히 다른 반응을 보였다.
부산을 포함한 영남 지역에 오래 거주하거나 친척이 영남 출신인 누리꾼들은 "저렇게 일일이 풀어서 얘기해줘야하냐"며 당혹스러워했다.
이어 "'이런거 언제 또 해요'는 당연히 너무 좋으니까 또 듣고싶다는 말이다"라고 해명했다.
또 "당연히 강연이 좋았고 관심이 있으니까 강연 후에 남아서 말을 걸지, 관심 없고 별로였으면 진작에 퇴장했을 것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영남을 제외한 타 지역 누리꾼들은 "이 말들이 무례하게 들릴 수 있다"며 김영하가 이해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거 또 언제 합니까?"라는 말에서 강연을 '이런 거'라고 지칭한 것부터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거'라는 지시대명사는 일상에서는 자주 쓰는 표현이지만 강연처럼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자칫 하대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강연자 입장에서는 "내 강연이 고작 '이런거'라니..." 싶은 대목이다.
이 외에도 '이런 거 언제 해요?'를 말 그대로 이해해서 정말 다음 일정을 물어보는 건가 싶어 당황할 수도 있다.
방금 강연을 마쳤는데 바로 다음 일정을 물어보다니 무슨 뜻인가 싶고 혹시 강연에서 뭐가 부족했나 싶은 것이다.
"뭐 보고 작가 됐어요?"라는 질문 또한 '네 주제에 무슨 자신감으로 작가가 됐냐는 뜻인가', '또는 작가라는 직업이 별로인데 뭐가 좋아서 작가 하기로 했냐고 비웃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는 누리꾼들이 있었다.
하지만 알고보니 속 뜻은 그런 게 전혀 아니었다. 타 지역 누리꾼들 반응에 영남 지역 누리꾼들은 재차 "그런 뜻이 아니다. 부산 사람들이 하는 최고의 칭찬이다"라고 풀이했다.
영남 지역 사람들이 거친 사투리로 짧게 말하게 된 건 여러가지 역사적 배경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예로부터 일본의 침략과 약탈에 자주 시달리다보니 이에 대한 위기의식이 거친 지역적 성격으로 드러났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해안가 지방이다보니 배 타고 물고기를 잡으면서 넓은 바다에서 파도소리를 헤치면서 말을 전달할 큰 목소리와 명확한 성조가 발달했다고 보는 학자도 있다.
배 타는 일이 워낙 고되다보니 타지역에 비해 거친듯이 느껴지는 지역색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후 근대에 들어서 6.25 전쟁 당시 피난민이 몰려와 대도시로 급성장하게 되면서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속뜻을 천천히 헤아려 볼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 의사 표현을 제대로 전달하려면 직설적으로 말해야하고 효율성을 위해 짧고 함축적으로 말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 부산 출신 누리꾼은 "부산 사람들은 표현을 부드럽게 하는 걸 낯간지러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편이라 그렇다"고 지역 특색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부산이나 대구 시민들이 대화하는 걸 듣다보면 싸우고 화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속정이 깊은 도시다"라고 훈훈한 기색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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