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세'와 '업로드 필터'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저작권법 초안이 유럽 의회를 통과해 전세계가 비상이 걸렸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12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본 회의에서 찬성 438표, 반대 226표, 기권 39표로 저작권법 초안을 승인했다.

이 저작권법인 최종 확정될 경우,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은 물론, 크리에이터 등에게도 예측하기 어려운 큰 파장이 미칠 것으로 전망돼 전세계 IT 기업들이 이 법안에 반대하는 거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논란이 중심은 링크세(11조)와 업로드 필터(13조) 관련 조항이다.

시장에서는 링크세 조항은 페이스북을, 업로드 필터 조항은 구글을 겨냥했다는 해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5월 개인정보 보호의무를 대폭 강화한 유럽 개인정보보호법(GDPR)이 발효되자마자 구글과 페이스북 은 GDPR 위반으로 제소를 당했으며, LA타임스와 시카고트리뷴 등의 언론사들도 유럽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처럼 EU는 유럽 내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강화된 법안을 발효시켰으나 후속 조치에 해당하는 이번 저작권법은 단순한 보호법률의 수준을 넘어 공세적인 인터넷 권력 게임에 나섰다는 비판도 일어나고 있다. 

11조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콘텐츠를 링크할 때마다 일정액의 세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링크세로 명명된 이 조항이 최종 확정될 경우 구글, 페이스북 같은 거대 IT 기업들은 언론사 기사를 링크할 때마다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13조는 '업로드 필터' 설치 조항으로 플랫폼이 저작권을 침해한 컨텐츠를 사전에 걸러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말한다. '밈 금지' 조항으로도 불리는 이 조항이 확정될 경우 인터넷에서는 각종 패러디, 밈, 오마쥬 등의 컨텐츠들이 사라질 것으로 보여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구글은 정면으로 EU의 저작권법을 반박하고 있다. 

수전 워치츠키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 직접 발표한 성명에서 "유튜브와 같은 거대 플랫폼은 EU의 규제안을 따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매분 400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업로드되는 상황에서 모든 권리 보호자를 파악하기는 어려우며, 그렇지 못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손해 배상 책임 부담금이 너무 커서 이런 재정적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회사는 없다"고 강조했다.

구글의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는 'Save Your Internet'이라는 자체 영상을 제작해 "EU의 새로운 저작권법 13조는 인터넷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수 백만 크레이이터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며 반대운동에 나설 것으로 촉구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에 나서고 있는 상황.

또한 인터넷의 탄생에 기여한 IT 리더들인 빈트 서프와 팀 버너스 리 등을 포함한 70여 명의 테크리더들은 "EU의 새로운 저작권은 인터넷의 정보 공유와 혁신을 막으며, 인터넷의 환경을 파괴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EU의 저작권법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번 저작권법은 지난 7월 1차 독회 때 많은 기업 및 전문가들의 반대로 인해 기각됐었다. 이후 독소 조항으로 꼽힌 몇몇 조항들을 수정한 뒤 새롭게 2차 독회로 올라왔다. 이번에 2차 독회에서 지지를 받으면서 법안으로 살아남게 된 것. 

남은 절차는 유럽의회와 유럽이사회(Council of EU),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등 3자간 협의다. 

3자간 협의를 통해 조정된 법안은 다시 유럽의회로 넘어가 내년 1월 경 다시 표결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이 때 표결이 가결되면, 이후엔 각 회원국이 자국 사정에 맞게 법안을 재해석하는 과정을 거쳐 시행에 들어간다. 

인터넷의 향후 발전 방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이번 EU의 저작권법이 어떤 결말이 날 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