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대상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창시자인 닉네임 ‘갓갓’이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로써 경찰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관련한 주요 운영자들을 모두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경북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11일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 닉네임 ‘갓갓’ A(24·남)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앞서 9일 A씨를 갓갓으로 특정해 소환조사를 벌이던 중 갓갓이라는 자백을 받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아동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이날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추가로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초 텔레그램 n번방을 만들고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했던 갓갓은 지난해 9월 ‘수능을 준비해야 한다’며 n번방을 떠난 뒤 종적을 감춰왔기에 범행 당시 고등학교 3학년 또는 재수생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갓갓의 범죄수법은 이후 n번방을 모방해 박사방을 운영했던 조주빈(24·구속)보다도 더욱 치밀했다.
갓갓은 거래소 등에 내역이 남는 가상통화와 달리 구매자 추적이 어려운 '문화상품권'을 이용해 대화방 입장료를 받았다. 7개월 전 잠적해 여타 운영자와 달리 관련 증거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간 '박사' 조주빈(25), '부따' 강훈(19), '이기야' 이원호(19) 등 SNS 이용 디지털 성범죄자 430명을 붙잡았지만 유독 갓갓의 검거에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갓갓은 지난 1월 돌연 텔레그램에 나타났던 것이 마지막 흔적이었다. 당시 갓갓은 박사방에 들어와 "언론 보도를 보고 왔다"며 다수의 유출 영상을 채팅방에 뿌렸다.
그는 " 당시 '나는 재미로 한다''난 절대 안 잡힐 것'이라고 말을 한 후 박사와 공개 대화를 나눈 뒤 방을 나갔다.
갓갓이 만든 n번방 자체만으로도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고, 이러한 범죄형태가 확산돼 더욱 피해가 커진 만큼 갓갓의 검거는 디지털성범죄 수사에서 갖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경찰은 줄곧 “의미 있게 접근 중”이라며 갓갓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함구해왔다. 자칫 추적 단서를 제공할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러워 했던 것으로 보인다.
갓갓이 검거됨에 따라 텔레그램 n번방 디지털성범죄의 수법 파악과 추가 공범 확인에 중요한 단서도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갓갓 검거는 n번방 수사의 끝이 아니라 시작인 셈이다.
갓갓의 신상정보가 공개될지도 주목된다. 이미 ‘박사’ 조주빈과 ‘부따’ 강훈(19) 등 박사방 관련 주범 및 공범들에 대한 신상공개가 이뤄진 바 있다.
경찰은 갓갓이 구속되면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지난 7일까지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430명을 검거, 70명을 구속했다.
이미 검찰에 넘긴 ‘부따’ 강훈 군(18), ‘이기야’ 이원호 군(19) 등 박사방 공범이 포함됐다.
‘n번방’을 모방한 ‘제2의 n번방’을 운영한 ‘로리대장태범’이란 닉네임의 배모 군(19)도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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