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매정한 것이 아니다. 이 노인이 문제다.
20일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는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과 아동학대 혐의로 원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82세 남성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일단 A씨의 형량은 징역 6년이 유지됐다. 만일 이대로 형이 확정된다면 A씨는 90세가 가까워져야 감옥에서 나올 수 있다. 그런데 노인이 왜 이리 많은 형을 받았을까?
이야기는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다음해 4월까지 약 9개월 동안 몹쓸 짓을 저질렀다. 상대는 바로 불과 13세였던 손녀였다. A씨는 손녀를 수 차례 강제로 추행했고 손녀 앞에서 음란 행위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할아버지가 손녀를 상대로 했다는 것 자체가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결국 A씨의 추행은 알려지게 됐고 그는 기소됐다. 재판에서 A씨는 범죄를 저지른 이유에 대해 "손녀가 귀여워서 그렇게 했다"라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그래서 1심은 그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그런데 A씨는 지난해 10월 1심 형량이 너무 무겁기 때문에 부당하다면서 항소를 제기했다. A씨는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고령의 나이 등을 고려해달라"면서 선처를 요구했다. 노인의 몸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감안해달라는 것.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호소를 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원심의 형량이 무겁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기각 이유를 설명하며 징역 6년을 유지했다. 그렇다면 재판부는 왜 그 정도의 형량을 무겁지 않다고 봤을까?
알고보니 재판부는 중요한 점을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가족이었다. 공교롭게도 A씨와 피해자는 같은 가족이다. 가족 안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하지만 A씨의 가족들은 그의 범죄에 여전히 분노하고 있었다.
재판부는 "이 재판에 이르기까지 피해자 가족이기도 한 피고인 가족들이 용서를 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하면서 "피해회복도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쉽게 말하자면 피고인 가족들이 A씨를 용서하지 않고 있다는 것.
따라서 재판부는 "A씨를 돌봐야 할 가족들이 A씨에 대한 선처를 바라고 있지 않다"라고 냉정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아직까지 A씨가 대법원까지 가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말로 크나큰 반성이 필요할 것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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