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영국. 윈턴 여사는 집 다락방에서 무언가를 발견한다.
수백명에 달하는 어린아이들의 사진과 이름, 명부 등이 수록된 스크랩북이었다.
남편인 니콜라스 윈턴이 구한 669명의 유대인 명부가 세상에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유대계 영국인인 니콜라스 윈턴은 29세이던 1938년, 휴양차 갔던 체코에서 유대인 수용소의 실상을 알게 된다.
당시 영국에선 독일에서 핍박받던 유대인의 아이들을 입양하는 방식으로 데려오곤 했는데 도움의 손길이 체코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나치 장교에게 뇌물을 주는 등 사비를 털어 669명에 달하는 아이들을 영국으로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2차대전 발발로 탈출시키던 나머지 250명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니콜라스 윈턴은 실의에 빠져 영국으로 돌아왔고 50년간 이 일을 묻어둔채 지냈다. 심지어는 아내가 찾아낸 명부를 파기하고자 했다.
결국 윈턴 여사는 남편을 설득, 이 명부를 방송국에 제보한다.
곧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채 담담한 표정의 니콜라스 윈턴.
스크랩북을 펼쳐보인 진행자.
윈턴 씨가 자신이 구한 아이와 찍은 사진도 있다.
"뒷면을 살펴보면 (구조된) 모든 아이들의 명단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사회자가 지목한 한 이름 베라 디아맨트.
베라의 어릴적 사진이 지나가고.
"그리고 베라씨가 오늘 이 자리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이 말씀을 꼭 드려야겠네요. 베라씨는 지금 윈턴씨 옆에 앉아있습니다."
띠용?
니콜라스 윈턴은 50년전 자신이 구해준 꼬마가 이제 중년이 다 되서 자신의 바로 옆 자리에 앉아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반가움과 고마움을 담아 포옹하는 베라, 그리고 박수로 응원해주는 청중들.
아직 몰카는 끝나지 않았다. 이번엔 윈턴의 왼편에 앉은 여인이 자신도 윈턴의 도움으로 구조됐다면서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2번째 띠용
오늘 놀랄 일이 많구먼.
ㅎㅎ 몰카는 아직 안 끝났습니다.
"혹시 이 중에 윈턴씨 덕에 목숨을 구한 분이 계시면 일어나 주세요."
그러자 윈턴씨 주변에 앉아 박수를 쳤던 청중들 수십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니콜라스 윈턴이 구한 669명의 어린이는 나중에 각자 성장하고 가정을 이루어 그 수가 6천여명에 달하게 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마저 구하지 못한 250명에 대한 죄책감과 체코에 그대로 남은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 등으로 이 일을 50년 동안이나 숨기고 살아왔다.
이 공로로 니콜라스 윈턴은 2003년 기사에 봉해졌으며 2015년 106세를 일기로 타개한다.
[사진] BBC, 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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