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처음 예상했던 그대로다. '학교 폭력' 논란 속에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세터 이다영(25)이 그리스로 향한다.
25일 흥국생명에 따르면 구단은 오는 30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이다영의 선수등록을 마친 뒤 그리스 리그의 PAOK 테살로니카로 임대 이적 시킬 예정이다.
앞서 "이재영과 이다영의 선수등록은 하겠지만, 곧바로 복귀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힌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실상 해외 진출 사실을 인정했다.
이재영, 이다영 자매는 2020-21시즌 중 과거 학교폭력을 일으킨 사실이 밝혀졌고, 지난 2월 무기한 출전정지의 구단 자체 징계를 받았다. 2021-22시즌에는 코트로 복귀할 전망인데 이다영은 일단 국내가 아닌 해외 무대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자매의 복귀가 많은 팬들의 공분을 사는 것은 너무나 뻔하고, 또 뻔뻔한 흥국생명 구단의 대처 때문이다.
좋은 재능을 지닌 젊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언젠가 둘이 코트에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구단은 굉장히 무모하게, 서둘러 일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2월 '무기한 출전 정지'의 구단 자체 징계를 내릴 당시 김여일 흥국생명 단장은 언론에 "복귀의 전제는 모든 부분의 회복"이라며 "(무기한 출전정지는)가장 높은 수준의 징계다. 구단은 이번 사태에 앞으로도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당시 설명과 전혀 다르다.
무기한 출전 정지의 자체 징계는 언제든 복귀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었고, 이들이 코트를 떠난 지 네 달의 시간이 흐른 뒤 슬쩍, 복귀를 타진하고 있다.
물론 선수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두 선수에 대한 구단의 소유권리가 사라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등록 과정을 거치는 것도 일부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일찌감치 이재영의 V리그 복귀, 이다영의 해외리그 이적 등을 정해놓고도 뻔뻔하게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말로 팬들을 기만했다.
앞으로의 일들도 뻔히 그려진다. "이다영은 해외로 가지만 이재영의 V리그 복귀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조용히 복귀를 타진할 가능성이 크다. 피해는 고스란히 코트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갈 것이다.
무엇보다 구단과 선수들은 복귀를 앞두고 어떤 사과의 목소리 한 마디 없다. 아무리 팬들이 분노하고, 화를 내도 구단은 들은 척 하지 않는다. 그들이 2월에 자신들의 SNS에 올렸던 사과문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심지어 지난 4월 학폭을 폭로했던 폭로자를 고소할 것이란 입장이 한 매체를 통해 보도돼 논란이 된 사건도 있었다. 폭로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아 피해가 컸다는 이유에서였다.
현재 이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만약 학폭 폭로자들의 목소리 중 바로 잡아야 할 내용이 있다고 한들 누가 그들을 위해 박수를 쳐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것이 과연 쌍둥이 자매가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차라리 애초부터 철저한 사과와 통렬한 반성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많은 이들의 반발을 사지도 않았을 것이다. 모두가 아니라고 하는데 구단은 귀를 막고 오로지 둘을 어떻게든 지켜내기 바쁘다.
[사진] 흥국생명, 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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