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올려놓은 건 정부인데 왜 우리한테 책임을 다 떠넘기나요?"(용산구 소재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
정부가 부동산 중개보수(중개 수수료) 상한액을 현행 900만원에서 400만~500만원으로 줄이는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청와대와 국회, 국토교통부 등에서 박용현 협회장의 단식 투쟁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시위에 돌입한다고 전날(16일) 밝혔다.
박 협회장은 "전체적인 중개보수 인하 방침만 내세우며 협회와 진정성 있는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중개보수를 인하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선 반발도 거세다.
용산구 소재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값이 오른 건 정부 탓이 큰데 공인중개사를 악마로 만들고 뒤에 숨는 것 같아 불쾌하다"며 "공인중개사를 적게 뽑는다면서 업계 달래기에 나섰는데, 둘은 분명 다른 문제"라고 꼬집었다.
강남구 소재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집값이 엄청나게 올라 부동산들이 돈을 다 많이 벌었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며 "거래가 많은 것도 아니라 개점 휴업인 곳도 있는데 일방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토부는 전날 부동산 중개 수수료 개편을 위한 3가지 방안을 마련해 공개하고, 이날 오후 2시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 서비스 개선방안'에 대한 온라인 토론회도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가 제시한 3가지 중개보수 개편안 중 가장 유력한 안은 고가주택 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15억원으로 높이고, 최고 요율은 0.9%에서 0.7%로 낮추는 방안이다.
2억원 미만은 현행을 유지하면서 △2억~9억원 0.4% 이내 협의 △9억~12억원 0.5% 이내 협의 △12억~15억원 0.6% 이내에서 협의하도록 했다. 이 경우, 10억원 아파트 매매거래 시 중개보수는 9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줄어든다.
협회는 지난 7개월여에 걸친 국토부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성실히 임했지만, 7차례의 토론과 협의는 형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에 불과했다고 반발했다.
토론회조차 회의 내용을 하루 전에 전달해 사전 검토조차 어렵게 하고, 개최 사실조차 미리 알리지 않았다고도 부연했다.
협회 관계자는 "집값 폭등, 세금 폭탄 등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에 기인한 국민의 중개보수 개편 요구에 부응코자 회의에 성실히 임했지만, 국토부는 합의된 사안조차 다음 회의에서는 매번 후퇴하는 개편안을 제시하는 등 일방적이고 무성의한 자세만을 견지해왔다"고 말했다.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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