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때문에 한 업체가 망하게 생겼다.
프리미엄 골프웨어로 잘 알려져 있는 캘러웨이가 갑자기 폭탄 세일에 들어갔다. 현재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캘러웨이 제품이 10만원 이하로 판매되고 있다. 이런 경우 주로 폐업을 앞두고 있을 때 재고를 처리하기 위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캘러웨이는 여전히 잘 운영되고 있다.
알고보니 여기에는 본사와 국내 업체의 문제가 있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판매되는 캘러웨이 상품은 미국 본사가 만든 것이 아니었다. 지난 2013년 국내 업체인 한성에프아이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생산 및 판매를 담당했다.
해외 브랜드를 국내로 들여오는 라이선스 계약의 경우 굉장히 다양하다. 본사가 디자인 및 생산에 어느 정도 관여하는지에 따라 계약 기간이 달라진다. 해외에서 제품 디자인과 생산이 이루어진 것을 수입만 해 판매하는 경우 1년 단위지만 브랜드만 가져오고 나머지 모든 것들을 도맡아 하는 경우 계약 기간이 길어진다.
한성에프아이의 경우 후자에 해당했다. 한성에프아이는 약 8년의 기간 동안 캘러웨이에 관한 디자인과 생산, 마케팅을 국내에서 총괄했다. 이로 인해 한성에프에이는 캘러웨이 골프 매출액을 1,400억원까지 키워냈다.
하지만 이는 허공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미국 캘러웨이 본사가 한성에프아이와의 계약을 올해 6월 부로 종료했기 때문. 이유는 단순했다. 미국 캘러웨이 본사가 직접 한국에 진출해 골프 의류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코로나19로 인해 골프가 호황에 접어들자 본사가 움직인 것.
캘러웨이 본사는 한국에 직접 세운 법인인 캘러웨이골프코리아를 통해 지난 7월 1일 '캘러웨이 어패럴'을 새롭게 만들었다. 캘러웨이 어패럴은 주요 백화점에 매장을 오픈한 상황. 기존 한성에프아이가 만들었던 캘러웨이 의류보다 가격대를 10~15% 가량 높게 책정했다.
그래서 라이선스를 따와 운영하는 국내 업체들에게 라이선스 계약 취소는 최악의 악재로 손꼽힌다. 해외 본사에서 라이선스를 회수하거나 계약 연장을 그만 하겠다고 한다면 손 쓸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
이런 상황으로 인해 캘러웨이 제품은 국내에서 '폭탄 세일'과 '고급화'가 혼재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폭탄 세일로 인해 10만원 이하에 제품을 구매하고 있지만 막상 백화점에 가면 수십 만원을 호가하는 캘러웨이 의류가 전시돼 있다.
현재 한성에프아이는 캘러웨이의 계약 종료를 막을 수 없게 되자 다급하게 새로운 라이선스 계약을 따냈다. 한성에프아이는 세계 3대 골프웨어 브랜드로 꼽히는 테일러메이드 본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한 숨 돌린 것 같지만 이 업체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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