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한장의 사진이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김일응 주아프가니스탄 공사참사관이 카불공항에서 우리정부 조력자였던 아프가니스탄인과 재회,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었다.
탈레반의 공세로 인해 대사관을 폐쇄하고 카불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김 참사관은 조력자들에게 "반드시 돌아와 데리고 나가겠다"라는 약속을 말을 남긴 채 지난달 15일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UAE로 이동했다.
이후 김 참사관은 약속대로 위험을 무릅쓰고 카불로 다시 돌아와 대사관, 병원 등에서 우리정부와 민간단체를 위해 일했던 아프간 특별기여자 390명 전원을 국내로 데려오는 데 한몫 단단히 했다.
◇ 아프간 기여자 "한달된 막내아들에게 한국이름 지어주고 싶다"
김일응 참사관과 재회의 포옹을 했던 아프간 특별기여자 A씨는 1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자신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기여자들은 한국에서 정착해 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바그람 한국병원에서 통역사로 일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인을 대표해 김일응 참사관과 교류를 해 왔다는 A씨는 "아내와 두 딸, 두 아들 등 여섯식구가 함께 들어왔다"며 "태어난 지 한 달이 된 막내아들에게 한국 이름을 지어 주고 싶다"고 했다.
A씨는 "(한국병원에서 일할 당시) 상사였던 닥터 손이 막내 아들의 이름을 지한이라고 우선은 지어 주셨다"며 "한국인 동료들하고 어떤 한국 이름이 막내아들에게 어울릴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 재산 팔수도, 살수도 없어 모두 놓고 나와
"아무도 탈레반이 이렇게 빨리 카불을 점령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라는 A씨는 "당시 저희의 유일한 희망은 김일응 참사관과 한국 대사관뿐이었다"고 했다.
이어 "탈레반이 카불에 도착한 날 한국 대사관 모든 직원이 국제안보지원군 기지로 옮겨 갔다는 말에 정말 실망했지만 김 참사관을 믿고 있었다"며 "결국 김 참사관과 한국 정부의 도움으로 카불에서 탈출을 할 수 있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A씨는 "집과 차를 팔려고 해도 현금을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팔 수도 없고 또 사려는 사람도 없었다"며 "아이들 옷 몇 벌, 작은 가방 2개만 들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 돌아온다는 약속 지킨 김일응 참사관과 껴안고 울기만
카불공항에서 김 참사관과 다시 만났을 때 "서로 껴안고 울기만 했다"며 "그때 제가 '당신은 우리의 목숨을 구해 줬다, 드디어 당신이 일을 해냈다'며 울기만 했다"고 재회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앞으로의 삶에 대해 A씨는 "18년 동안 병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기에 한국 병원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 아프간 기여자들 한국 정착 원해…정부와 국민들 너무 고맙다
아이들도 "한국에서 교육을 받아 훌륭한 의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는 A씨는 "저희는 다른 나라로는 전혀 가고 싶지 않고 한국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그렇게 살고 싶다"고 희망했다.
제 3국이 아닌 한국에 정착하고 싶다는 뜻은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라고 한 A씨는 "따뜻한 환대를 보내주신 한국 국민들과 또 특히 진천 시민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이런 우정이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바란다"라고 국민과 정부, 진천 시민들께 감사의 인사를 했다.
[사진] 외교부 제공
ⓒ오펀 (www.ohfun.net)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ohfu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