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 부조리와 가혹행위 등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드라마에서 묘사된 지휘관의 모습이 군 안팎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병사의 상황에는 관심 없이 자신의 진급을 위해 사건을 축소하고 문제가 커지자 과잉대응하는 극중의 지휘관의 모습이 공감을 일으키면서, 드라마를 본 부모의 입장에서 과연 군에 자식을 맡겨도 될지 걱정이 앞선다는 얘기가 나온다.
반면 드라마가 공감이 되는 부분을 극대화해 군내 지휘관들의 모습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 또한 제기된다. 10년 전 군대를 묘사했다고는 하지만 사회에서 이같은 왜곡된 시각으로 군 지휘관을 바라본다면 군기가 제대로 서겠냐는 주장도 나온다.
드라마에서 조석봉 일병은 선임병의 고문 같은 가혹행위로 결국 탈영을 하고 제103보병사단 헌병대는 발칵 뒤집힌다.
간부들은 대책회의를 하는데 경찰 등과의 '합동체포'라는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는 군무이탈 담당관 박범구 중사와 달리, 헌병대장 천용덕 중령은 '조용한 처리'에만 급급한 모습이 연출된다.
천 중령은 "어떻게 할 거야"라고 간부들에게 묻고, 이에 박 중사는 "이미 위수지역은 벗어난 거 같으니 예하 부대부터 육군수도방위사령부까지 대규모 수색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군견 공조와 체포조까지 전부(동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그러자 천 중령은 박 중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회의에 동석한 헌병대장 보좌관인 임지섭 대위에게 의견을 묻는다.
임 대위가 박 중사의 말에 동의하자 천 중령은 또다시 말을 끊으며 "그래? 정말로?"라며 "대장이 묻잖아 같은 생각이냐고"라며 박 중사의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전달한다.
이에 임 대위는 "대규모 수색대 좋은 방법이지만 또 머릿수가 는다고 아무래도 능사는 아니다"라며 "조용히 움직여서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의견을 바꾼다.
임 대위의 말이 끝나자 천 중령은 "탈영병 잡는 헌병대에서 탈영병이 나왔다?"라고 고성을 지르며 "경찰이 알고 그 다음에 언론이 알고 군 위상이 어디까지 추락을 해야 정신을 차릴 거냐"며 윽박지른다.
결국 합동체포 안은 물거품이 되고 헌병대장의 조용한 체포 작전은 이후에 조 일병을 체포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결정적인 '오판'이 된다.
드라마가 이 같은 장면을 통해 알리고자 했던 것은 진급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고만 하는 군대 문화를 질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자 부사관 성희롱 자살 사건에서 상관들이 사건 무마를 위해 피해자에게 회유와 협박을 하며 '2차 가해'를 입히는 배경에는 '진급'이라는 군 집단의 특성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우리 군이 분명히 뿌리 뽑아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억울함'을 호소하는 군 내부의 목소리도 있다. 이들은 드라마의 배경이 지난 2014년이라며, 오히려 군대의 나쁜 이미지만 부각 돼 군기 확립에 어려움을 겪는 사정이 있다는 주장이다.
한 육군 예비역 장성은 "군은 군기와 사기가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그러나 사기만 너무 강조하면 군기가 흔들릴 수 있다. 내가 아는 지휘관들은 요새 부대지휘가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힘든 훈련을 하면 '왜 우리 애들 힘든 훈련 시키냐'고 부모의 전화가 올 때도 있다고 한다"며 "'오늘 싸워도 이길 수 있는 군대'를 만드는데 애로 사항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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