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성 이용자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등장한 '설거지론'이 쟁점이 되면서 젊은 세대에서 젠더 갈등이 또다시 부각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일부의 주장'이라며 갈등이 확대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설거지론'은 여성 혐오적인 표현이라는 지적이 많다. 청년 시절 연애를 하지 않던 남성이 좋은 직장을 얻은 뒤, 사랑보다 '조건'을 보는 여성과 결혼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랑없이 '조건'만 보고 결혼한 여성들에게 경제권도 뺏기고, 가사노동까지 담당하는 남성은 설거지 세제 이름을 붙여 '퐁퐁남'이라 부르기도 한다.
◇기존 젠더갈등에 한층 복잡해진 '설거지론'
설거지론은 여성을 그릇에 비유해 '(성적으로) 더러워진 그릇을 설거지한다'는 의미를 담은 데다, '남성의 경제력에 무임승차하는 이기주의자'로 규정해 여성혐오 발언으로 분류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존에 남성은 호구고 여성은 무임승차한다는 인식의 연속선상에서 나온 여성 폄하"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발해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짬(음식쓰레기)처리론'이 나오기도 했다. 젊어서 유흥업소를 다니며 놀았던 남성들이 어리고 순진한 여성과 결혼한 뒤, 자신은 놀러 다니면서 부인에게 독박육아를 하게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논란에서는 기존의 젠더갈등과 달리 남성들 사이의 설전도 조명을 받았다. 부인에게 잡혀사는 기혼 남성들을 미혼남성이 "불쌍하다"며 조롱하고 "결혼 못해본 이들의 열등감"이라고 기혼 남성이 반박하는 식이다. 고소득 남성과 그렇지 못한 남성 사이에서도 논쟁이 있기도 했다.
◇혐오·불안 등 중첩된 갈등
설거지론은 대학 익명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됐고, 일부 재학생들은 "설거지 당하기 싫다" "퐁퐁남이 될까봐 두렵다" 등 공감을 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기존의 젠더갈등과 현재 상황에 대한 불안·분노가 기저에 있다고 분석했다.
하 평론가는 "현실적으로 연애, 결혼을 하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젊은 남성들이 부정적인 정서를 갖게 됐다"며 "이에 더해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 대한 반발감·박탈감도 커지면서 나온 듯하다"고 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세대는 이미 여러 차례 젠더 갈등 논란으로 서로 공격하면서 아주 예민해져 있는 상태"라며 "노력에 대해 보상받지 못하는 사회 구조에 대한 혐오가 다른 성 집단, 다른 세대에 투영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부 주장…더 큰 갈등으로 가져가지 말아야"
다만 지난 주말 급격하게 불타오른 '설거지론'은 1주일새 빠르게 가라앉은 모습이다. 한 대학의 에브리타임에는 "다수입장인척 일반화하지 말라" "과몰입 안 하는 게 좋겠다" "소수의 입장"이라는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하 평론가도 "설거지론은 인터넷에서의 극단적 주장에 불과하다"며 "논란이 커지면서 논란이 격화되고 대립과 분열이 있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논란을 젠더갈등, 남남갈등 식의 프레임으로 가져가면 편견을 강화하고 싸움을 부추기려는 것"이라며 우려했다.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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