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한국 콘텐츠의 저력을 세계에 알린 한 해 였다.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에서 역대 최다 시청 가구수를 기록했다. '갯마을 차차차' 역시 호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20여개 국가에서 인기 톱(TOP) 10안에 기록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콘텐츠의 중요성을 깨달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이 속속 수천억원에서 수조원 단위의 투자를 선언했다.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가 올해 국내 콘텐츠에 투자하기로 했던 5500억원의 성과물이다. CJ ENM은 5년간 5조원을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웨이브도 오는 2025년까지 총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선언했으며, KT도 3년간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같은 한국 콘텐츠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OTT 업체들이 속속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해부터 소문이 무성했던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시장에 입성했고, 애플 역시 OTT서비스 '애플tv+'와 셋톱박스 '애플tv 4K' 등을 국내에 출시했다.
◇'오겜' 글로벌 열풍…K콘텐츠 수준·사업성 세계적으로 주목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게임'은 지난 9월1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된 지 28일 만에 1억4200만가구가 시청한 것으로 집계되며 '역대 가장 많은 시청 가구수를 기록한 콘텐츠'에 등극했다. 넷플릭스에서 1억가구 시청 기록을 세운 콘텐츠는 오징어게임뿐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징어게임을 두고 "누구도 원하지 않는 디스토피아적(Dystopian) 히트작"이라며 "오징어게임은 이제 '전세계적인 현상'(global phenomenon)이 됐다"고까지 평가했다.
이같은 오징어게임의 콘텐츠 파워는 글로벌 대기업인 넷플릭스를 뒤흔들 정도였다. 둔화됐던 넷플릭스의 가입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넷플릭스의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포브스 등 미국 유력 경제지들 역시 이같은 결과를 오징어게임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겨우 250억원의 '저렴한' 제작비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거둔 'K콘텐츠'의 사업성도 주목받은 셈이다.
오징어게임뿐만이 아니다. tvN의 로맨스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는 오징어게임 열풍 와중에도 일부 국가에서는 드라마 조회수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오징어게임 이후 공개된 국내 제작 오리지널 시리즈인 '지옥' 역시 공개 하루 만에 전세계 넷플릭스 드라마 1위에 오르는 등, 오징어게임 열풍은 K콘텐츠에 대한 세계적인 주목도를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한편, 이같은 오징어게임의 대성공은 이전부터 문제가 제기된 넷플릭스의 '정당한 망사용료' 논란에 불씨를 당겼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망사용료를 두고 법적 분쟁을 이어가던 중 지난 6월 1심에서 사실상 패소했으나, 이에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이후 국정감사에서 망사용료 문제와 오징어게임 수익배분 문제가 지적되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합리적 망사용료 부과 문제'와 '플랫폼과 제작업체 간 공정한 계약' 문제를 언급하자 넷플릭스의 딘 가필드 부사장까지 급하게 방한해 정부·국회에 면담을 요청하는 일도 있었다.
◇K플랫폼도 대규모 콘텐츠 투자로 경쟁력↑…수천억~수조원대 투자 발표
K콘텐츠뿐 아니라 'K플랫폼'들 역시 올해 대규모 콘텐츠 투자를 발표하며 경쟁력을 끌어올릴 채비를 하고 있다.
그간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K콘텐츠를 선보여왔던 CJ ENM은 5년간 5조원을 콘텐츠에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올해 투자액만 8000억원으로, 넷플릭스가 올해 국내 콘텐츠에 투자하는 5500억원보다도 많은 액수다.
CJ ENM은 넷플릭스와의 협력은 앞으로도 지속하되, 자체 OTT 플랫폼인 '티빙'(TVING) 역시 적극적으로 콘텐츠 역량을 키우고 오는 2022년 일본·대만·미국 등 해외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SK텔레콤과 지상파3사가 함께 투자한 웨이브(wavve) 역시 콘텐츠 투자 비용을 크게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웨이브는 올해 "오는 2025년까지 총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제작 분야 전문인력을 영입해 오리지널 콘텐츠 기획 스튜디오 설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모회사인 SK텔레콤 역시 1000억원을 웨이브에 추가 유상증자하며 콘텐츠 투자 지원에 나섰다.
이같은 투자 계획 확대에 힘입어 웨이브의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티빙의 '술꾼도시여자들'·'환승연애' 등 국내 OTT 업체들의 오리지널 콘텐츠 역시, 국내 시장 경쟁에서 가입자 확보에 기여하는 등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KT도 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해 4000억원 이상을 콘텐츠에 투자해 오는 2023년까지 원천 지적재산(IP) 1000개 이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디즈니+ 등 글로벌 OTT도 韓 진출…성적은 '기대 이하'
글로벌 OTT 서비스들의 잇단 국내 진출도 주목되는 한해였다.
지난 2019년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월트디즈니 컴퍼니의 '디즈니플러스(+)'와 애플의 '애플tv+'가 올해 11월 국내 서비스를 론칭했다.
디즈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출시와 함께 IPTV에서는 LG유플러스와 독점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플은 SK브로드밴드와 손잡고 전용 셋톱박스인 '애플tv 4K'를 애플tv+와 함께 국내에 출시했다.
그러나 넷플릭스와 경쟁할 거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올해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OTT 서비스들의 성적은 예상보다 부진한 상태다.
앞서 디즈니+는 글로벌 시장에서 막강한 기존 콘텐츠 수를 무기로 하루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끌어모았으며 서비스 시작 1년4개월만에 유료가입자 1억가구를 확보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지난 9일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디즈니+는 출시일인 지난달 12일부터 19일 동안 국내에서 31만가구의 유료 결제자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이는 만 20세 이상 한국인이 신용카드, 체크카드로 디즈니+에서 결제한 금액을 표본조사한 결과다.
디즈니+나 애플tv+는 각각 유저인터페이스(UI)나 콘텐츠의 절대량 등의 문제가 지적됐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의 원인으로는 '볼 만한 새로운 콘텐츠 부족'이 꼽히고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 올해 '디피'(D.P), '오징어게임', '지옥' 등의 국내 콘텐츠를 연달아 히트시켰고 오는 24일에는 '고요의바다'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같은 넷플릭스의 꾸준한 신작 국내 콘텐츠 공개는 기존 가입자의 '락인'과 신규가입자 유입 등을 끌어내고 있다.
반면 디즈니+의 경우, 마블·스타워즈 시리즈의 신규 콘텐츠는 국내 가입자 유입을 이끌어내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디즈니가 국내에서 제작하는 콘텐츠 중 처음 공개된 '설강화'의 경우, 인기를 끌기는커녕 민주화운동 폄훼 및 군부정권 미화 등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린 상태다.
애플tv+의 경우 국내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오리지널 국내 제작 콘텐츠인 '닥터브레인'을 공개했으나, 국내 콘텐츠가 닥터브레인 하나뿐인 탓에 별다른 반향이 없는 상태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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