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양의 술은 건강에 좋을 수 있다."
애주가들의 입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지만, 뇌 건강 측면에서는 매일 마시는 맥주 500㏄한 잔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4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음주량과 뇌의 영향을 살펴본 연구결과가 소개됐다.
펜실베니아 대학 연구진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3만6000여명의 성인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뤄졌다.
우선 연구원들은 오롯이 살피기 위해, 연령, 키, 성별, 흡연 여부, 사회 경제적 지위, 유전력 등의 변수를 통제했다. 그리고 전체 머리크기 대비 뇌 부피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일일음용량이 0알코올 유닛(표준잔)에서 1표준잔으로 바뀔 때는 뇌의 부피가 큰 변화가 없었지만, 그 이상으로 섭취하면 뇌의 부피 감소가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1표준잔은 약 10㎖(㏄)의 순수 알코올이다. 도수 4.5%의 맥주 500㎖는 약 2표준잔이며, 17도의 소주 360㎖(1병)은 약 5표준잔으로 환산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50세의 경우 일일 평균 음주량이 1~2표준잔일때는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약 2년 분량의 뇌 노화가 진행된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고, 2~3표준잔의 경우에는 3년반의 뇌 노화와 맞먹는 효과가 나타났다.
과음이 뇌 전반에 걸친 회백질과 백질의 감소를 포함한 뇌 구조의 변화를 일으킨다는 점은 다양한 연구 결과 확실하나, 소량의 알코올 음용이 뇌에 미치는 영향은 연구결과가 갈리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위 '적당한 음주'라고 불리는 소량의 알코올 섭취도 뇌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이 대규모 데이터 분석을 통해 분석된 것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기든 네이브(Gideon Nave) 교수는 "이번 연구는 평균 소비량을 조사했지만 우리는 하루에 맥주 한 잔을 마시는 것이 주중에 마시지 않고 주말에 7잔 마시는 것보다 나은 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술을 덜 마심으로써 가장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은 이미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다"라고 설명했다.
과거 소량의 음주가 건강에 좋다는 속설과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대중적으로 퍼져있으나, 실제로는 소량의 알코올도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별다른 이득이 없다는 연구도 속속 나오는 등 논쟁의 여지가 있다.
2020년 학술지 '영양학'에 게재된 젬마 시바-블란츠(Gemma Chiva-Blanch)의 연구에 따르면, 저농도의 알코올 섭취의 심혈관 건강에서의 이점은 의심되며, 과대평가되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논문에서는 소량의 알코올이 심장 보호효과가 있더라도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봤다.
또 2020년 장준영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와 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을 바탕으로 비음주자 11만여명의 건강 상태를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된 이 연구에 따르면, 연구팀은 소량 음주군에서 나타난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는 비교집단인 비음주 유지군의 중증 기저질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나온 편향적인 결과일 뿐, 소량 음주의 영향은 아니라고 추정했다.
통계에 따라서는 비음주 유지군에는 건강이 '이미 나빠져' 술을 마시지 않는·못하는 사람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이같은 교란 요인을 통제하면, 소량 음주의 긍정적 영향이 확실하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진] 픽사베이, 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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