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경윳값 상승도 가파른 모양새다. 지난주 일부 지역에서는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역전'하기도 하면서, '뛰는 휘발유 위에 나는 경유'라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3월 넷째주 전국 주유소의 경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15.6원 오른 L(리터)당 1918.1원이었다.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7.5원 상승한 2001.9원이었다.
국내 경유 가격은 유류세 차등적용의 영향으로 인해 통상적으로 휘발유보다 200원가량 저렴하다. 하지만 최근 경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휘발유와의 가격 차이가 '84원'으로 좁혀졌다.
경유 판매가격은 2008년 7월의 '1932원'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특히 지난 22일에는 리터당 2001원을 기록하며 2000원선을 돌파했고, 주중 일부 주유소에서는 휘발윳값을 추월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주유소의 경유 가격은 휘발유(2428원)보다 22원 비싼 2450원에 판매되면서, '저렴한 경유차'는 옛말이 됐다.
경유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품귀 현상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경유 수입의 약 20%를 러시아에서 들여오는데,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어나면서 러시아산 경유 수입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에 따라 유럽을 중심으로 경유가 품귀 현상을 보이면서 국내 경윳값 상승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여기에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유류세 20% 인사 조치를 시행하면서 경유와 휘발유 가격 격차가 좁혀지기도 했다. 국내 유류세 구조상 산업용으로 사용되는 경유보다 휘발유에 세금을 더 많이 부과하고 있어서다. 유류세 인하로 인해 휘발유는 리터당 164원, 경유는 116원이 인하된 상태다.
최근 정부가 높은 기름값에 유류세 인하 폭을 현행 20%에서 30%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럴 경우 경유의 휘발유 가격 추월 현상은 더 두드러질 수 있다. 실제 2008년 3~12월 유류세가 10% 인하됐을 당시에도 경윳값이 휘발윳값을 역전한 바 있다.
국제유가는 꾸준히 배럴당 110달러 선을 돌파하며 올해 초에 비해 40% 이상 급등했다. 25일(현지시간)을 기준으로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일 대비 1.62달러 상승한 120.65달러에 마감했다.
정부는 최근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연속 3%대를 5개월째 이어오는 데다 이달에는 4%대를 기록할 수 있는 등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자 유류세 인하폭을 법정 최고 한도인 '30%'까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국제 유가가 변동성이 심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유가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한 뒤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글로벌 페트롤 프라이시스'에 따르면 전 세계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 21일 리터당 1.33달러였다. 한국의 휘발유 가격은 이보다 25.9% 높은 1.68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은 세계 170개국 가운데 42번째로 휘발윳값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에서는 홍콩, 싱가포르 다음으로 3번째로 비쌌다.
한국의 경유 가격 역시 1.60달러로 세계 평균보다 25.8% 높았다. 169개국 중 47번째로 높은 가격으로 나타났다.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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