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아니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투자금융사는 어디일까.
블랙록(BLACKROCK)이다.
운용하는 자금의 크기만 1경2천조원 이상.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 만큼 투자 영역 또한 글로벌하다.
블랙록은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를 대상으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수 많은 국내 기업들의 주주명부에서도 블랙록의 이름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이토록 엄청난 기업인 블랙록을 이끄는 인물은 바로 래리 핑크(Larry Fink).
월스트리트를 지배하는 금융인 중에서도 손꼽히는 그가 최근 인플레이션에 대해 입을 열었다.
흥미로운 점은 지금 시장에서 수많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인플레이션의 원인과는 다소 다른 분석을 내놨다는 것.
그의 인터뷰를 간단히 정리해보자.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면서 필자의 의견을 살짝 가미했다. 감안해서 읽어주시길.
1.지금의 인플레이션은 보다 거대한 미국의 정책 변화에 기인한다
그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글로벌 공급망 쇼크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미국의 정책 변화에서 기인하는 것이 더 크다고 봤다.
그가 말하는 미국의 정책 변화란 무엇일까.
'소비' 중심의 경제를 추구했던 미국의 방향이 미국의 노동자들을 위한 '생산' 중심의 경제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글로벌 마켓 경제에서 값싼 노동력으로 만들어진 저가의 제품을 수입을 해왔던 미국이 이로 인해 미국의 노동자들이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하자 이들을 위해 정책의 방향을 선회한 것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는 것.
다시 말해 미국은 더 이상 소비 경제가 아닌 생산 경제로 전환되고 있다는 걸 지적했다.
그는 5년 전 변경된 미국의 이민 정책 변화도 이런 맥락에서 거론한다.
트럼프 대통령 때 수정된 이민 정책은 한마디로 통상적인 이민을 어렵게 만든 것이 핵심이다. 이로 인해 미국으로 유입되는 이민자의 수가 줄어들었고 그 결과 미국은 현재 200만 명 이상의 노동력 부족 상황에 처해졌다는 것.
이 모든 것은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그로 인해 노동 시장의 공급이 부족해졌고 현재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임금의 상승으로 인해 마진의 하락을 겪고 있고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결국 미국이 추구하는 정책 방향이 진행되는 수 년 간 인플레이션은 지속될 것이고 이 과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야 인플레이션은 정상화될 것으로 봤다.
2.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없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래리 핑크는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봤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수요를 막아 인플레이션을 제어하는 것이다. 이 말은 공급 사이드에서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것.
그러나 수요는 변한 것이 없다. 펜데믹 시기에 줄어들었고 지금은 정상화됐다. 다시 말해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공급망 쇼크에 의한 것이지 수요 폭발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아 무리한 금리 인상을 지속하게 되면 경제는 침체될 뿐이다.
결국 그는 인플레이션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례 잡힐 것으로 보고있고 연준은 무리한 행동에 나서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을 비쳤다.
3.그래서 향후 주가는 어떻게 될까
추가적인 하락을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지만 래리 핑크는 박스권의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단, 변동성이 굉장히 높은 박스권을 예상한다고.
그 이유는 10년물 채권 금리가 3%를 넘어섰지만 최근 채권ETF로 몰려드는 자금이 역대급이고 이로 인해 채권금리가 더 높아지기는 어렵다고 봤다.
다시 말해 연준이 더 이상 채권 매입을 중단해도 시장의 수요가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는 것.
이것은 증시의 유동성이 빠져나가는 것이 정점에 달했다는 의미이고 연준의 양적 긴축 역시 시장에 주는 영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지금의 주가가 바닥에 가깝다는 뜻이 된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미국의 구조적인 정책 변화와 공급망 쇼크에서 기인한 만큼 상승도 어렵기 때문에 결국 박스권 장세를 예상하는 것.
필자가 래리 핑크의 의견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많은 전문가들과는 그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결론도 다르기 때문이다.
래리 핑크의 입장에서 다른 전문가들의 견해를 필자가 대신해 반박해보자면 다음의 이야기가 된다.
첫째, 연준의 금리인상이 결국 인플레이션을 제어할 것이라는 의견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진행되면서 인플레이션도 잡힐 것이라는 예상으로 이어지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진행되어도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고 이로 인해 연준의 과도한 금리 인상 움직임이 발생한다면 인플레이션은 잡지 못하고 기업을 잡는 재앙을 초래할 뿐이다.
둘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종식된다면 글로벌 공급망 쇼크가 해소되는 신호가 되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고 증시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의견 역시 틀렸다.
미국의 생산 중심의 정책 방향이 지속되는 동안 글로벌 공급망 쇼크는 해소되지 않고 노동 시장의 부족 상황도 해소되지 않는다. 이는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행사해 미국 기업의 이익을 깎아먹고 증시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셋째, 연준의 역대급 양적긴축은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만들 것이라는 의견도 틀렸다.
연준의 역대급 양적 긴축과 맞먹는 자금이 채권 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 이는 연준의 공백을 메우고 있고 채권 금리의 상승을 제한한다. 이로 인해 주가의 추가적인 하락보다는 박스권의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이 맞다.
래리 핑크의 분석이 맞든 틀리든 연준의 판단이 결국 지금 가장 두려운 대상이 되어버린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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