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세대 웹투니스트이자 마조앤새디라는 웹툰 캐릭터로 왕성한 사업을 전개하던 마조웍스가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불거진 표절논란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표절논란의 중심에 선 제품은 ‘레이지오프의 숄더백’을 카피했다는 ‘마조앤새디 숄더백’.
영국의 캐주얼 잡화 브랜드인 ‘레이지오프’의 디자인과 마조앤새디 숄더백의 디자인이 놀랍도록 똑같이 출시된 것이 논란의 출발점이었다.
한 네티즌이 마조앤새디의 숄더백이 레이지오프를 표절한 것이라며 문제삼아 블로깅을 하고 마조앤새디의 공식 블로그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이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몇몇 네티즌이 표절이 의심되는 제품이 더 있다며 ‘틴케이스 쿠키 세트’와 ‘마조앤새디 노트’까지 표절이라는 자료가 올라오자 이 문제는 논란이 확대되기 시작해 현재는 마조웍스가 2개의 사과문과 회수조치에 대한 안내문을 올려놓은 상태.
1차로 올라온 사과문에선 마조(정철연 작가)가 직접 쓴 글이 공식블로그를 통해 게시됐으며, 본인이 직접 봐도 ‘깜짝 놀랄 정도로 비슷하다’는 내용과 함께 라이센스 업체에 전량 폐기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두서 없이 기재됐다.
2차로 올라온 ‘캐릭터로 어디까지 가는지 보여주겠다’는 제목의 글은 마조웍스의 공식적인 사과 및 안내문이며 1차 사과문과는 달리 차분하면서도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는 내용으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 모든 라이센스 제품들을 꼼꼼히 체크하겠다’는 계획을 공지하며 신고 전화를 공개해 독자들과 소비자들의 협력을 부탁했다.
그러나 금번 사고에 대해 네티즌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이유는 정철연 작가가 올린 글의 내용 때문인데, 상품을 제조하는 업체에 캐릭터 라이센스를 판매한 마조웍스의 잘못이 아니라 라이센스를 이용해 제품을 만든 업체의 잘못이라는 의미의 내용을 먼저 피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마조웍스는 웹툰 ‘마조앤새디’ 캐릭터를 이용해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작가 마조와 부인 새디가 공동설립한 회사. 이 회사의 주 사업영역은 마조앤새디의 캐릭터를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에 판매해 라이센스 사용료를 받는 것인데, 사업이 여기까지만 진행됐다면 문제는 간단했다.
보통 캐릭터 라이센스 사업은 제품의 생산 단계에서 모든 것이 완료된다. 특정 업체가 만든 제품에 마조앤새디의 캐릭터를 라이센싱하려면 제품 단가의 일정 비율을 생산 수량에 곱해 라이센스료로 지급하고 끝이 나는 것. 때문에 제품의 생산량만 중요할 뿐 그 제품을 어디서 어떻게 파는가에 대해서는 캐릭터 라이센스를 판매한 측에서는 관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마조웍스가 이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사업에까지 사업을 확대했기 때문에 문제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조웍스는 유명 백화점 및 직접 설립한 카페를 이용해 라이센싱한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유통사업에까지 진출했는데, 이렇게 되면 사실상 마조웍스는 단순한 라이센스 판매 사업을 넘어서 제품 생산을 위탁하는 입장에 서기 때문.
때로는 콜라보로 진행하고 때로는 생산을 위탁하는 구조로 보이는데, 이렇게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떻게 특정 제품의 디자인이 마조웍스가 모르게 생산될 수 있느냐는 것이 독자들의 주장.
때문에 이 문제는 일견 단순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랜 시간 연재하던 웹툰 마조앤새디의 팬들은 마조웍스의 설립과정 및 모든 사업의 진행 과정을 지켜봐온 탓에 이것이 단순히 캐릭터 라이센스만 판매했기 때문에 자신들은 제품의 직접 생산 과정까지는 알 수가 없다는 입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고 있다.
게다가 문제가 된 디자인의 내용을 보면, 마조앤새디의 원본 디자인을 위탁 업체가 다시 디자인해 썼다는 뜻이 되는데, 이것이 가능한 일이냐는 것.
그러나 이 문제는 마조웍스의 공식적인 입장이 더 나와야 정확히 알 수 있다. 유통까지 진출했기 때문에 일견 위탁 제조처럼 보이는 이 구조가 사실 어떤 계약 구조로 되어 있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
어쨌든 마조웍스의 전량 폐기 결정은 사전에 고의성이 없다는 의미로 보이고 단순한 관리 부실에서 기인한 사고로 보인다, 그리고 유통 계약은 독점이 아닐 수도 있으며 원본 디자인의 재디자인의 문제도 가능한 일이긴 하다.
마조웍스와 정철연 작가는 이번 문제가 발생한 경위와 구조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독자 및 소비자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 방안으로 판단된다.
단순한 폐기 결정과 재발 방지 약속만으로는 의혹과 실망에 빠진 팬심을 회복하기엔 난망해 보인다.
척박한 한국의 문화 토양에서 웹툰 및 캐릭터 사업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마조앤새디의 난파는 누구도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다. 좀 더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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