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테이터 허순옥] MBC 유일한 고정 코미디 프로그램인 <코미디에 빠지다>는 분명 사람들의 관심 밖에 놓여 있다.
오랫동안 코미디와는 담을 쌓고 지내는 듯 보였던 MBC가 2012년 10월 고심끝에 <코미디에 빠지다>라는 고정 프로그램 하나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이리 저리 시간대를 옮겨다니기에 바빴고 그나마 일부 지역에서는 나오지도 않았다. 이런 이유로 2%를 겨우 넘는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졌다. 20%가 넘는 KBS의 개그콘서트의 시청률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이런 불모지에 가까운 MBC의 토양 속에서 독하게 커가는 하나의 코너가 눈에 들어온다. 코너명 <사랑은 붕붕붕>.
철없는 아빠와 순진하면서도 영악한 딸, 그리고 엄마의 가족극이다. 자동차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가족들 간의 이야기를 담은 이 풍자극은 <코미디에 빠지다>라는 프로그램 내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로 등극했다.
<사랑은 붕붕붕>은 무려 40회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놀라운 코너다.
2012년 첫 선을 보였을 때부터 이 코너는 다소 불안정한 호흡에도 불구하고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40번째 무대에서 이들의 극 내용을 보면 놀라운 완성도와 연기력으로 무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철없는 아빠와 점차 영악해지는 딸의 풍자가 완전히 무르익었다. 회를 거듭하면서 아이템이 떨어질 법도 한데 오히려 더욱 재미있고 극적인 에피소드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 코너는 황제성이라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코미디언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코너다. 아마도 황제성은 국내에서 철없는 아빠에 가장 잘 어울릴만한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동선을 가진 보배와 같은 희극배우다. 그의 연기는 너무 자연스러워서 무대의 집중력을 최고조로 이끌어낸다. 딸 역할로 분한 박현정의 연기도 볼만하다. 초기 캐릭터의 불완전성을 40회를 거듭하는 동안 완벽하게 완성했다. 이제는 아빠의 연기도 연기지만, 딸의 표정만으로도 극의 긴장감을 충분히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나 이 코너는 불행한 역사를 가졌다. 엄마 역할로 나오는 배우들이 계속해서 교체되어 왔기 때문이다. 초기 김현주가 시작했지만, 정명옥이 그 뒤를 이었고 다시 최설아로 교체됐다가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된 함효주가 엄마 역할을 맡았었다. 이는 극의 주된 내용이 아빠와 딸의 이야기이고 엄마의 역할은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계속되는 엄마의 교체로 인해 극의 다양성과 극적 효과를 살리는데 계속 어려움을 안고 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시청자들의 주된 평가는 함효주가 엄마였을 때 극의 완성도가 가장 높았다고 한다. 그녀가 불의의 사고로 코너에서 빠지고 최설아가 다시 컴백했지만, 함효주 때만큼의 재미보다는 덜하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도 함효주 때가 아빠와 딸 간의 플롯 뿐 아니라 아빠와 엄마간의 풀롯도 풍성했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붕붕붕> 40회 에피소드를 보면 이 코너가 100회까지도 끌어갈만한 높은 완성도에 진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는 황제성과 박현정 뿐만 아니라 레귤러의 위치를 굳힌 엄마 역의 최설아가 극의 진행과 변주를 어떻게 해나가는가도 기대할만한 대목이다.
어려운 토양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무대를 완성하고 또 진화하고 있는 황제성, 박현정, 최설아의 <사랑은 붕붕붕>의 롱런을 기대한다. 코미디를 사랑하는 더 많은 사람들이 꼭 봐야할 보배와 같은 코너다. MBC의 토양 속에 묻혀있어 잘 알려져있지 않은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코미디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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