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 H조의 현재 화두는 단연 ‘러시아의 승점 삭감’이다. 일부 러시아 언론이 “월드컵 경기에서 러시아 팬이 나치를 상징하는 ‘켈트 십자가’를 사용한 응원으로 인해 FIFA에서 러시아의 승점을 삭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한 것이 발단이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이 열리기 직전, FIFA는 ‘Say no Racism’이라는 슬로건에 맞춰 인종 차별 행위를 적극적으로 금지하기 위해 새로운 규정을 만들었다. FIFA 주관 대회에서 선수, 스태프나 관중이 인종 차별적 행위를 했을 경우 해당 팀의 승점을 3점을, 재차 사건이 벌어지면 승점 6점을 감하고, 세 번 이상 적발되면 대회 출전 금지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러시아는 이미 한 번 적발된 ‘전과’가 있다. 유로 2012 러시아-체코 경기에서 러시아 팬이 조명탄을 던지고 부적절한 내용의 걸개를 걸자 유럽축구연맹은 러시아에 12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하고, 유로 2016 예선의 승점 6점을 미리 삭감했다.
현재 이 사건이 국내에서 화두가 되는 이유는 ‘혹시나 16강에 진출할 수 있지 않을까’는 마음 때문이다. 러시아의 승점이 삭감되면, 적어도 한 팀이라도 제쳐서 16강 진출의 확률을 높여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적은듯 하다. 현재 대회가 진행 중이고, FIFA가 조별예선 종료 전에 재빨리 징계위원회를 소집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에 러시아가 징계를 받을 확률은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 차기 대회에 승점을 삭감한다고 하더라도 다음 개최국이 바로 러시아다.
예전에도 각종 스포츠 대회에서 이런 ‘희망고문’은 너무나도 많았다. 무언가 불리한 일이 벌어지거나 벼랑 끝에 한국이 위기에 몰렸을 때 돌아다니는 각종 루머들은 국민들과 팬들에게 기대감과 실망감을 동시에 안겨줬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100만 서명 재경기’. 어떤 사이트에 가서 100만 명 이상이 서명하면 재경기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 루머는 국제 대회에서 한국 선수나 팀이 불합리한 판정을 당했을 시 단골로 등장한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스위스전, 2014 소치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등에서 이런 루머가 등장했다.
이 외에도 상대 선수의 실격, 약물 검사, 승부조작 등 다양한 희망고문들이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둘 때마다 등장한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한국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바로 러시아의 승점 삭감이 화제로 떠오른듯 하다.
러시아가 만일 승점이 삭감되는 중징계를 받더라도, 현재 러시아의 승점은 단 1점일 뿐만 아니라 한국이 16강 진출을 위해 벨기에전을 이겨야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상대팀의 몰락을 기대하지 말고 우리팀의 좋은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 더 좋을듯 하다.
[사진 = 러시아 응원단 ⓒ Piotr Drab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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