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치인 6살 딸에게 직접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살리지 못한 119구급대원 어머니의 사연이 안타까움과 함께 가해자에 대한 공분이 일고 있다.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해 발생한 대전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 교통사고와 관련해 피해자 6살 아이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청원자가 호소문을 올렸다.
호소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를 건너던 6세 여자아이가 승합차에 치여 숨졌다.
당시 아이는 다음날 떠날 소풍을 앞두고 어머니 A씨와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갑자기 돌진해오는 차를 피할 겨를도 없었던 순간 A씨가 정신을 차려보니 아이는 저 멀리 날아가 떨어져 처참하게 피를 흘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15년이 넘게 119구급대원으로 일해온 A씨는 곧바로 아이에게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자신 또한 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음에도 신경쓰지 않았다. 119 구급대원으로 일하며 수천 번, 수만 번이 넘도록 한 그 심폐소생술을 자신의 아이에게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A씨는 "제 딸아이를 제 손으로 심폐소생술을 하며 얼마나 무섭고 무서웠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A씨의 딸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그렇게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딸아이를 떠나보내야 했다.
장을 보고 가는 길에 발생한 사고라 밥조차도 먹이지 못하고 보내서 가슴이 아프다는 A씨는 "눈앞에서 그날 현장 모습이 떠나질 않는다"며 "그 느낌이 너무나 생생해서 죽도록 괴롭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하루하루를 죽지 못해 살며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다고 고백했다.
사고 발생 후 3달여가 지난 지금, 딸을 잃은 A씨의 남편은 현수막과 호소문을 붙이며 사건의 실상을 알리고 있다. 남편 또한 A씨와 같은 소방관으로 알려졌다.
남편이 올린 호소문에 따르면, 가해자 차량의 블랙박스를 확인해보니 차가 바로 정지하지 않고 더 이동해 아이가 죽음에 이르게 됐다. 또 "가해자는 사고 며칠 후 비행기를 타고 가족여행을 갈 정도로 상식선을 넘는 행동을 했다"고 A씨 남편은 전했다.
A씨 남편은 "가해자가 재판에서도 거짓말을 하고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최대한 벌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으로 저희를 기만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피 끓는 고통을 호소한 A씨 부부가 국민청원을 한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A씨는 청원 글을 통해 "가해자는 잘못된 법을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는 사유지에 해당한다. 그 때문에 도로교통법에 명시돼 있는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는다. 도로교통법상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으면 교통사고 가해자는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A씨는 바로 이 부분이 가해자가 악용 중인 도로교통법의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아이들이 안전하게 생활해야 하는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법이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똑같은 사건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신의 아이와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은 존재하지 않도록 서명운동을 시작했다는 A씨. 그는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도 도로교통법 '12대 중과실'로 적용될 수 있기를 간곡히 바란다"며 청원 글을 끝맺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은 현재 청원게시판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법 망을 피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이 정말 추악해보인다" "사고치고 여행이라니 정말 상식 밖의 인물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오펀 (www.ohfun.net)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ohfu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