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상에서 지갑노예라 불리는 '핀돔' '핀섭'이라는 신조어가 화제다.
이는 ‘주종 관계’를 빌미로 이성에게 매달 일정 금액의 돈을 상납하는 것으로 성적 취향의 한 종류인 ‘펨돔’에서 유래했다.
주종 관계를 맺고 그에 맞는 상황극을 펼치며 성적 자극을 받는 펨돔과 달리 핀돔과 핀섭은 ‘돈’을 매개로 주종 관계를 형성한다.
핀돔과 핀섭이라는 신조어는 경제, 재정을 뜻하는 '파이낸셜(Financial)'에 지배를 일컫는 '도미네이션(Domination)', 복종을 뜻하는 '서브미션(Submission)'이 각각 합쳐진 말이다.
노예 역할을 하는 핀섭 성향의 남성이 핀돔이라 불리는 여성과 주종 관계를 맺고 여성에게 돈을 송금하는 등 금전적 도움을 주는 상황이 일반적이다.
남성은 금전적 도움의 대가로 성을 제공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모욕하고 금전을 강탈당하는 상황 자체에 자극을 느끼는 것이다.
과거 온라인에서 만나 성(性)을 매매하거나 돈을 받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주고받던 형태의 거래에서 주종 관계를 이유로 돈을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거래가 생긴 셈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 여성을 처음 만난 A씨. 그는 신체 일부를 노출하는 등 자극적인 사진을 자주 올리던 여성의 계정에 사진과 함께 노예를 구한다는 게시물을 보고 노예가 되기를 자처했다.
평소 누군가에게 복종하거나 괴롭힘당하는 상황을 즐기는 피(被)가학적인 성적 취향 때문이다.
그런데 여성이 A씨에게 건넨 제안은 뜻밖이었다.
‘주종 관계’를 빌미로 이 여성은 A씨에게 매달 일정 금액의 돈을 상납하라고 지시했다. 여성과의 연락은 주로 한 메신저 비밀 대화방을 통해 이뤄졌다.
여성에게 돈을 건넨 대가는 “힘들게 번 돈을 갖다 바치니 좋으냐” “너는 돈을 상납하는 XX일 뿐”이라는 등 상스러운 욕설과 인격 모독이었다.
그러나 A씨는 오히려 “주인으로 섬기는 여성에게 착취당한다는 느낌이 들어 묘한 기분이 든다”고 털어놨다.
심각한 문제는 일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이 같은 관계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12일 확인한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상에는 돈을 바칠 노예를 구한다는 게시물이 쉽게 눈에 띄었다.
이 중 교복을 입은 사진을 올리거나 자신을 고등학생이라 소개하는 등 청소년으로 보이는 이들도 다수를 차지했다. 대부분 자극적인 사진과 함께 핀섭들을 모집하는 식이다.
이런 방법으로 큰돈을 벌었다며 계좌 잔액을 인증하는 게시물까지 수시로 올라오는 상황. 수개월 만에 억대의 돈을 벌었다는 인증글도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여러 사회적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상대방을 물적 대상화해 도구로 이용하려는 행태가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이처럼 성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앞으로 성인이 되면 점점 사회 전체에 왜곡된 형태의 성 의식이 만연하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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