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 일병이 민간병원에서 고환염 진단을 받았지만, 군이 한달 가까이 치료를 미뤄 결국 불임 판정을 받게 됐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한겨레신문은 육군 일병으로 군 복무 중인 23세 최 모 씨(가명)가 '급성부고환염' 진단을 받았지만 군에서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결국 불임 판정을 받았다고 단독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해 12월26일 고환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고통을 견디다 못한 최씨는 다음날인 27일 군에 외부병원 진료를 요청해 민간 비뇨기과 병원을 찾아 ‘급성부고환염’ 진단을 받았다. 31일 다른 비뇨기과 병원 검사 결과 최씨의 고환에서는 혹이 발견됐다.
의사는 큰 병원에 가야한다며 ‘무리한 운동을 피하고 보호조처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진단서를 내줬다.
최씨는 중대장과 부대 행정보급관에게 이런 내용을 전달했으나 어떤 보호조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최씨는 초음파 검사 바로 다음날인 올해 1월 1일 아픈 몸을 이끌고 뒷산 정상까지 등산을 해야 했다. 열외 지시는 없었다고 최씨는 주장했다.
지난달 3일 방문한 정형외과에서는 골반이 틀어지고 인대가 늘어났으니 큰 병원으로 가라는 진료 결과를 내놓았다.
최씨는 다시 중대장과 행보관에게 보고했지만 도하훈련과 국지도발 훈련에 참석해야 했다.
훈련 두 개를 고스란히 받아내고 상태가 더 안 좋아져 지난달 20일 다시 찾은 병원에서 최씨는 전립선염 진단까지 받았다.
군 선임들은 끊임없이 고통받고 있는 최씨를 괴롭히고 놀렸다고 한다. 전립선염 진단을 받은 지난달 20일, 중대원들이 모두 모인 곳에서 한 선임 장병은 “성매매한 게 아니냐. 잘 씻어야지”라며 최씨를 비웃었다. 분대장은 최씨에게 “(고자라서) 못한다”고 놀리기도 했다.
고통과 괴롭힘을 견디던 최씨가 국군수도병원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처음 진단을 받은 뒤부터 한달 가까이 지난 지난달 23일이 되어서였다.
수도병원에서는 최씨의 고환 위축이 심각해 정자를 생성하지 못할 수 있다며 ‘전역 대상’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무정자증 판정을 받은 최씨는 현재 전역 위기에 처해 있다.
진단 당시 수도병원 군의관은 "2주만 빨리 왔으면 조처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공포와 불안, 극심한 스트레스로 잠을 자지 못하고 현기증에 시달리는 최근부터 최씨는 정신과에 다니고 있다.
최씨의 어머니 박씨는 “다른 건 원하지 않는다. 군대는 아들을 원상복귀 시켜줘야한다. 이런 군대를 누가 가려고 하겠나. 감찰장교들이랑 얘기했는데 치료 문제는 자기네들 소관이 아니라고 하더라"라며 억울함과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육군본부 관계자는 “군의관이 최씨를 진료한 뒤 민간 비뇨기과 진료 등을 충분히 받을 수 있게 해줬다. 지난해 12월부터 1달 사이 민간병원을 6차례, 군의관 진단을 5차례 받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훈련은 지휘관 판단에 따라 열외할 수도 있고 부담되지 않는 경우 참여시킬 수 있는데 무리한 훈련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선임 장병의 괴롭힘 주장과 관련해서는 사단 감찰장교가 조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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