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군에서 동료에서 성추행을 당한 여성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시민단체가 공군 내 또 다른 성폭력을 폭로했다. 단체는 내부 성폭력에 대한 군의 '제 식구 감싸기' 행태를 비판하며, 즉각적인 피·가해자 분리와 가해자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2일 오전 10시30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교육장에서 '공군 성범죄 사건 폭로 기자회견'을 열고 "또 다른 공군 여군 피해자들이 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2021년 5월 초 공군 제19전투비행단에서는 여군을 상대로 불법촬영을 저지른 남군 간부가 현행범으로 적발됐다. 가해자는 8월 전역이 결정된 군사경찰대 소속 하사이며 공식적인 징계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파악된 피해자는 5~6명으로 계급이 다양하다.
김숙경 군성폭력상담소 상담소장은 "다수의 제보자가 있었고 피해자가 5~6명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보자도 전체 규모를 파악하지 못해 (피해자가) 더 있지 않을까라는 합리적인 추측을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군인권센터는 "군사경찰은 수사과정에서 가해자의 USB와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면서 다량의 불법촬영물을 확보했다"며 "가해자 USB에는 피해 여군들의 이름이 제목으로 들어간 폴더가 있었고 폴더 속에는 불법촬영물이 정리돼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다수이며 여러 부대에 소속돼있고, 불법촬영물이 장기간 다량 저장됐다는 사실로 미뤄볼 때 이 사건의 심각성은 상당하다"며 "그러나 소속부대는 가해자의 전역이 2021년 8월로 얼마 남지 않았으며, 전출시킬 부대도 마땅치 않다는 핑계로 피·가해자 분리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촬영물이 유포되지 않은 상황인지 확인하고, 유포되지 않았다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민관이 공조해 전방위적으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즉각적인 구속 수사를 촉구하며, 군 수사기관의 사건 축소·은폐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군인권센터는 "군사경찰은 가해자를 구속하기는커녕 그대로 동일 부대에서 근무하게 하고 있다. 그 까닭은 가해자가 군사경찰이란 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며 "다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군사경찰대에서는 가해자에게도 인권이 있다며 노골적으로 가해자를 비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가해자를 즉각 구속해서 수사하고 그에 합당한 엄중 처벌을 내릴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가해자를 비호하며 피해자들을 방치하고 있는 소속부대 군사경찰대 관련자들을 조사해 엄중 문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신속하고 적실한 수사를 위해 사건 역시 상급부대로 이첩해 처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신속한 피해자 보호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와 관련해 "(가해자 전역 시기인) 8월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을 터는 상황을 연출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건 직무유기에 가까운 불법적 행동"이라며 "첫째는 군사경찰대에서 방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아울러 군인권센터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이 지난 1월9일 개소한 공군 인권나래센터를 찾지 않았으며, 최근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 공군 여중사 사건 이후 더욱 위축된 상태라고 전했다.
임 소장은 "현행범으로 잡혔고 다량의 증거물이 확보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가 지지부진하고, 내용이 확산되지 못하도록 내부에서 누르고 있는 거 같다"며 "그런 상황에서 여군들이 무엇을 믿고 인권나래센터나 내부에 진정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김 소장은 "여중사 자살사건도 있고 해서 쉬쉬하는 분위기"라며 "여군들은 알음알음 소문나서 피해자들 조사받으러 가니까 소문나서 불안해 한다"고 했다.
또 이번 사건과 다른 성폭력 간 차이점에 대해 "이번엔 피해자 중 상급자도 있다"며 "군 조직 자체가 계급 뿐 아니라 남성과 여성 간 성별 권력관계도 작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군에서는 성폭력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군과 유족 등에 따르면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이모 중사는 지난 3월 회식에 참석했다가 숙소로 돌아오던 중 차량 안에서 선임 A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이 중사는 이를 상관들에게 알렸으나 상관들은 합의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다른 부대로 전출된 이 중사는 지난달 22일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사건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청원 하루 만인 이날(오전 9시22분 기준) 28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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