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점심 굶겠네', '자업자득'
서울 강남구 선릉역에서 배달오토바이 운전자가 화물차에 치여 숨진 사건과 관련 기사 등에 달린 댓글이다.
유족 측과 소통 중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서비스노조) 배민라이더스지회 측은 이 댓글들을 보고 유족 측이 분노와 분통을 터뜨리며 울었다고 27일 전해왔다.
앞서 26일 오전 11시30분쯤 선릉역 인근에서 배달오토바이 운전자 A씨(42·남)가 23톤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물차의 운전석이 높아 바로 앞에 있던 A씨를 발견하지 못해 일어난 사고로 전해졌다.
서비스노조는 이날 오전 11시30분쯤 선릉역 인근에서 사망한 A씨의 추모행동을 진행 중이다. 노조 측 추산 오후 5시30분까지 6시간 동안 3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추모에 함께 했다. 자발적으로 모인 부조금은 벌써 70만원이 넘었다.
이날 인근 일부 라이더들 등은 자발적으로 11시30분부터 낮 12시까지 배달 콜을 받지 않으며 추모에 동참하기도 했다. 추모 현장에 방문한 라이더들은 모두 A씨와 일면식이 없었다. 그럼에도 '남 일 같지 않은 일'에 충격이 컸다고 입을 모았다.
추모 현장에 방문한 라이더 B씨는 "그 좁은 차 밑에서 얼마나 아팠을까"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인근에서 배달을 한다는 B씨는 "오며가며 봤을지도 모르는 사람이라, 어제 소식을 접하고 충격이 컸다"라며 "평소에 교통안전경찰분들이 자주 나오셔서 통제해주던 곳인데, 어제는 그게 없어서 참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했다.
라이더 C씨는 "아직도 소음을 일으키고 폭주족 등으로 라이더들을 인식하는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 때문에 근거없는 악성댓글이 달리는데 화가 난다"라고 했다.
배민라이더스지회와 라이더들에 따르면 A씨는 경기도 김포에서 사업을 하다 라이더 생활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또 미혼이라 장례식장은 어머니와 여동생이 지키고 있다고 전해졌다.
배민라이더스지회 관게자는 "사고 당시 (A씨의) 휴대폰이 박살나는 바람에 지인들도 소식을 잘 모른다고 한다"며 "현재 휴대폰 복구를 위한 의뢰를 해놓은 상태"라고 했다.
김형수 배민라이더스지회 강남분회장은 "유족 측이 추모 현장을 사진으로 받아보며 눈물을 흘리셨다"라며 "김포에서 개인 사업하시다 넘어오셨다고 하는데, 가족분들도 (A씨가) 어떻게 생활했는지 잘 모르시는 것 같아서 더 안타까웠다"라고 했다.
서비스노조는 A씨가 조합원은 아니지만 처우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서비스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사망한 라이더가 우리의 모습이다"라고 추모했다. 서비스노조는 "사고 장면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라며 "어쩌면 그 라이더는 바로 내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배달플랫폼 기업에 △유가족에게 도의적 책임을 다하며 장례비용 일체와 위로금 지급 △사고 라이더가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할 것 △라이더 안전교육 강화를 요구했다.
한편 서비스노조는 오는 28일까지 선릉역에서 국화 헌화 및 향을 피우는 추모행동을 진행한다.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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