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TV토론 때 손바닥에 '왕(王)'자를 새긴 모습이 포착된 것에 대해 연이틀 정치권에서 난타전이 벌어졌다.
윤 전 총장의 야권 최대 경쟁자인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부적 선거는 포기하라"며 "손바닥에 부적을 쓰고 다니는 것이 밝혀지면서 참 어처구니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윤 전 총장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늘 무속인 끼고 다닌다는 것을 언론 통해 보면서 무속 대통령 하려고 저러나 의아했다"며 "정치의 격을 떨어뜨리는 유치한 행동이다. 기초의원 선거도 그렇게 안 한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의 독립서점 '최인아 책방'에서 캠프 내 청년위원회·대학생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지지자가 토론 잘하라는 응원 메시지로 적어준 것"이라며 "저희가 어릴 때는 시험 보러 가거나 집에서 대소사가 있을 때도 연세 드신 분들이 손에 써줬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분은 속옷까지 빨간색으로 입고 다닌다는 소문도 다 난 분도 있다"고 맞받았다.
이는 1996년 정계 입문 이래 10년 넘도록 줄곧 빨간 넥타이를 고집하고 겨울 내복이나 속옷도 붉은 계열을 즐겨 착용해온 것으로 알려진 홍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홍 의원과 윤 전 총장은 홍 의원의 '개명'을 두고도 부딪혔다.
윤 전 총장 측 김기흥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주술'을 운운하는데 어이 상실이다. '홍준표'라는 이름, 역술인이 지어준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과거 홍 의원은 2017년 11월 페이스북을 통해 원래 '홍판표'였던 이름을 '홍준표'로 바꾸게 된 경위를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홍 의원 측 여명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웃 할머니가 토론회마다 그려줬는데 지워지질 않았다'라는 궁색한 변명도 통하질 않으니 상대방의 정상적인 개명절차도 뒤집어씌운다. 참 나쁜 정치 버릇"이라고 응수했다.
또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의 개명을 거론하며 "윤 전 총장과 결혼 직전 김명신에서 김건희로 개명했다고 알려져 있다. 어디 한 번 김건희 씨 개명 과정도 풀어내 보라"고 비꼬았다.
유승민 전 의원 측 권성주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윤 전 총장 측이 '지지자들이 써줬는데 안 지워졌다'는 취지로 해명한 데 대해 "국민을 얼마나 바보로 생각하면 이렇게 뻔뻔할 수 있는가"라며 "토론이 겁나 후보가 부적을 붙이든 굿을 하든 자유나 국민을 속이려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여권도 윤 전 총장의 '왕(王)'자 논란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인천 지역 순회경선에서 부적의 힘을 빌리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상한 주술적 행태가 우리 대한민국의 수준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지 않나 아쉬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손바닥과 '임금 왕'자가 주술적 의미라는 의혹도 있다"며 "외신들이 한국판 '라스푸틴(제정러시아의 몰락을 부른 수도자) 사태'라고 비난했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향수냐"고 공격했다.
허영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참 추악하다. '최순실 오마주'가 떠오른다"며 "'王'자와 손금에 서린 그릇된 욕망의 그림자를 본다. 권력욕은 손바닥에 '王'자를 그려 나타내는 것이 아니며, 정치는 주술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사진]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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