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여성의 여성화장실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온 가운데 해당 여성이 가해자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 이은희 판사는 성전환자 A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미용학원에서 여자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게 한 학원 운영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여자화장실 이용 제한은 차별에 해당해 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6년 성주체성 장애 진단을 받고, 2017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받았다. 2019년에는 가족관계등록의 성별을 '남'에서 '여'로 정정하는 결정을 받았다.
A씨는 2018년 B씨가 운영하는 국비지원 미용학원에서 미용자격증 취득을 위해 수강했다.
A씨는 자신의 성주체성에 따라 "여자화장실을 이용하겠다"고 B씨에게 말했지만, B씨는 "다른 여자 수강생들로부터 민원이 발생한다"며 여자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이에 A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냈고, 인권위는 “B씨의 행위가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며 B씨에게 특별 인권교육을 수강토록 결정했다.
B씨는 이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인권위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B씨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 등을 이유로 3000만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공단측은 "A씨가 경제적 사정상 국비로 운영되는 B씨의 미용학원을 다녀야 했는데 5개월간 화장실 이용 제한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대한 인격권을 침해당했으며 직업교육을 받을 권리 자체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A씨에게 여자화장실 사용을 제한하거나 차별행위를 한 사실이 없으며, 인권위 결정이 언론에 보도됨에 따라 학원의 이미지가 실추해 이미 큰 손해를 봤다"며 손해배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이 판사는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는 화장실에서 성별 정체성에 부합하는 화장실 이용 금지를 5개월 이상 받아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인격권 침해를 받았다" 며 “A씨가 전환된 성에 따른 의복이나 두발 등의 외관을 갖추지 못해 다른 수강생과 갈등을 빚었고, B씨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수강생들과 상담하고 이해를 구하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점을 감안해 위자료를 700만원으로 정한다"고 판결했다.
소송을 진행한 공단측 조필재 변호사는 "성전환자를 위한 별도의 화장실을 설치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겠지만 시설운영자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 이라며 "성 소수자의 인권을 둘러싼 쟁송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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