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많이 담갔니?" "내가 처음부터 널 물에 넣었니?"
2월8일 오전 11시20분쯤 경기 용인의 한 아파트. 무속인 안모씨(34)와 국악인 김모씨 부부는 조카 김양(10)의 버릇을 고친다며 화장실로 끌고 가 김양의 손발을 묶은 채 물을 채운 욕조에 머리를 수차례 집어넣었다.
약 50분간 이어진 '물고문'에 김양은 결국 숨을 거뒀다. 사인은 '피하출혈에 의한 속발성 쇼크 및 익사'로 판명됐다.
작년 10월 말 안씨가 이혼한 친언니의 부탁으로 조카인 김양을 자신의 집에서 키우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었다.
김양은 그해 12월 말부터 대변을 본 후 제대로 닦지 않거나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에에에'라고 중얼거렸다. 극단 선택을 하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들 부부는 이런 김양에게 귀신이 들렸다며 파리채와 빗자루로 온몸을 때렸다.
사망 전날에도 김양을 4시간 넘게 폭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 당일에는 갈비뼈가 부러지고 온몸이 멍들어 걷기는커녕 손조차 들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들 부부는 김양이 비틀비틀거리면서 제대로 걷지 못하자 "아침부터 연기하냐. 내가 만만하냐"라고 소리치면서 때리기도 했다.
올해 1월17일에는 옷을 전부 벗은 채 서서 양손을 들고 벌을 서게 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에는 김양에게 개의 대변을 강제로 먹이기도 했다. 이들 부부가 직접 찍은 동영상에 학대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안씨가 전 남편들과의 사이에서 낳은 김양(14)과 김군(7)도 사촌이 학대당하는 장면을 모두 목격해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또 최초 신고 당시 조카가 욕조에 빠져 익사했다고 거짓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출동한 구급대원이 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김양의 몸에서 다수의 멍 자국을 발견해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 측에 이를 알리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특히 이들은 수사 과정에서 김양의 온몸에 있던 멍들을 스스로 자해했다, 친자녀인 김양과 김군이 때려서 그런 것이라며 범행을 부인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이들은 폭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해아동이 사망 직전까지 느꼈을 극심한 고통과 공포심은 감히 상상하기가 어렵다"며 "가족의 사랑과 보살핌 속에 미래를 희망하며 건강하게 자라났어야 할 피해아동은 피고인들의 살인 범행으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됐다"고 질타했다.
어린시절 학대를 당한 경험이 트라우마로 이어졌다는 안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오히려 그 경험을 통해 학대행위를 대물림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았어야 한다. 그럼에도 살인 범행을 주도했고, 사망의 결과에 결정적인 행위기여를 했으므로 책임의 정도가 더 무겁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지난 8월13일 살인 및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죄를 유죄로 인정해 안씨에게 징역 30년, 김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며, 선고 공판은 내년 1월25일 열릴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 15일 진행된 결심 공판에서 안씨에게 무기징역을, 김씨에게는 징역 40년을 구형했다.
김양의 친모인 안씨는 언니에게 김양을 때릴 나뭇가지를 전달함 혐의(아동학대 방조·유기·방임)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9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친자녀를 살해한 언니 부부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재판부에 합의서를 제출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사진]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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