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유에 왜 우리나라 정유업계가 긴장하고 있을까?
인도네시아가 오는 28일부터 팜유와 팜유 원료의 수출을 금지한다. 해외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8일부터 식용유와 식용유 원료물질 수출을 추후 고지할 때까지 금지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식용유의 종류 중 하나인 팜유를 자국에서만 소비하도록 하겠다는 것.
알고보니 인도네시아도 사정이 있었다. 현재 국제 식용유 가격은 폭등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식용유 공급량이 상당히 줄어든 것.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식용유의 일종인 해바라기씨유 수출의 75%를 담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제제재와 전쟁으로 수출량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졌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는 대체할 수 있는 식용유를 찾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팜유다. 팜유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식용유다. 기름야자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기름이다. 인도네시아는 팜유의 최대 수출국이다. 전 세계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세계적으로 팜유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인도네시아산 팜유 또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인도네시아 국내에서도 팜유의 가격이 폭등하자 조치를 취한 것.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해바라기씨유를 수입하지 못하는 가운데 팜유마저 수출 금지가 예고된 상황이라 국내 식품업계는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더더욱 식용유를 구할 길이 없어지는 것. 그런데 팜유 수출이 중단될 예정이라는 소식에 식품업계가 아니라 정유업계 또한 덩달아 긴장하고 있다.
알고보니 이유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차량용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혼합해서 팔아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에 따르면 정유업계가 차량용 경유를 생산할 때는 바이오디젤을 3.5% 혼합해야 한다. 2024년부터는 4%, 2027년부터 4.5%, 2030년부터는 5%로 바이오디젤 비중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바이오디젤의 핵심 원료가 바로 팜유라는 것. 바이오디젤의 가격은 결과적으로 팜유 가격과 연동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팜유의 수출이 중단되고 국제 시장에서 가격이 인상된다면 바이오디젤의 원가 또한 인상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유업계가 충분히 긴장할 만한 상황.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장 시중에 판매되는 경유 가격에는 이 여파가 아직까지는 없을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에 따르면 바이오디젤 혼합 비중으로 명시된 3.5%는 연평균 기준이다. 따라서 바이오디젤 가격에 따라 정유업계가 유동적으로 비율을 조절할 수 있다. 그래도 팜유 수출 중단이 장기화되면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일단 국내 식품업계와 정유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중단 조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수출 금지 조치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수출 금지가 길어질 경우 인도네시아의 팜유 기업들이 손해를 보기 때문. 이렇게 식용유 하나에 많은 사람들이 긴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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