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죄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과거 여자친구와 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유포한 40대 남성에게 법원 1심이 무죄를 선고했다. 10일 서울 중앙지법 형사 14단독 (부장판사 김창모)은 성폭력 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43세 A씨에게 무죄 선고를 했다. 알고보니 뒤늦게 개정된 법이 문제였다.
사건은 지난 2016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연인이었던 B씨와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했다. 여기서 끝났다면 문제가 없었을 수도. 하지만 A씨는 B씨의 동의 없이 이 성관계 영상을 자신의 지인에게 전송했다. 여기서부터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충분하다. 성관계 영상을 동의 없이 유포했기 때문.
심지어 해당 영상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점점 더 폭넓게 유포되기 시작했다. 결국 A씨는 성폭력 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검찰 단계에서 막히기 시작했다. 검찰은 A씨를 두 차례 연속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아예 기소조차 되지 않은 것. 알고보니 이유가 따로 있었다.
검찰이 A씨를 불기소한 것은 해당 영상 때문이었다. A씨가 지인에게 전송한 해당 촬영물은 '재촬영물'이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 재촬영물은 실제로 촬영을 한 원본이 아니라 영상을 띄운 모니터 등을 촬영한 영상을 말한다. 공교롭게도 A씨가 유포한 촬영물은 '재촬영물'이었다.
억울한 상황에 놓인 B씨는 항고를 하면서 A씨가 기소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러자 서울고등검찰이 재조사를 벌였다. 결국 A씨가 유포한 영상물 중 하나를 직접 촬영물로 판단해 A씨를 지난해 3월 기소했다. A씨는 재판을 받게 됐지만 계속해서 자신이 무죄라고 주장해왔다.
A씨 측이 무죄라고 주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재촬영물'이라는 것.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지인에게 보낸 영상은 '재촬영 파일 편집본'이기 때문에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1심 판결을 내린 김창모 부장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지인에게 보낸 파일이 직접 촬영한 파일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라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법이 뒤늦게 개정돼 벌어진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기존 대법원 판례와 성폭력 처벌법에 따르면 피해자의 신체를 직접 찍은 영상을 유포했을 때만 처벌할 수 있었다. 따라서 A씨의 주장대로 해당 영상은 '재촬영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처벌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난 2018년 12월부터 새로운 처벌 규정이 생겼다. 재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포함한 성적 표현물에 대한 규정이 생긴 것. 원본 뿐만 아니라 재촬영물을 유포한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형법상 소급효 금지 원칙에 따라 A씨의 처벌은 어려워졌다. 이 사건이 2016년에 일어났기 때문에 2018년 12월에 생긴 처벌 규정을 A씨에게 적용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A씨가 처벌을 받기 위해서는 유포한 영상이 원본이라는 것을 입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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