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웹툰은 유쾌하고 재밌어서 그저 웃을 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면, 편견을 버려야 할 듯 싶다. 이 웹툰은 재밌지만 좀 더 우리 사회 주변을 생각하고, 진지한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우리 사회의 폐부를 찌른 웹툰 ‘송곳’이 독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인 ‘송곳’은 ‘습지생태 보고서’, ‘대한민국 원주민’ 등을 그려낸 최규석 작가의 작품이다. 항상 누군가의 걸림돌이 됐던 한 남자, 이수인의 삶을 그려냈다. 그 역시 “아버지 인생의 유일한 자부심을 물려받은 것인지, 괭이질조차 조심스럽던 엄마의 예민함을 닮은 것인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대쪽같은 성격을 인정한다.
이수인이 누군가의 걸림돌이 되는 이유는 항상 방해만 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서가 아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정의로워야 한다’는 것이 몸에 밴 사람이었고,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하며 부정과 부패에 슬쩍 눈감는 사회에 지속적으로 반기를 든다.
그는 장교로 복무했던 군 생활에서 행해지는 부조리에 환멸을 느끼고 전역, 식품 유통업체인 ‘푸르미’에 취직한다. 별 탈 없이 과장까지 승진했을 때, 그에게 다시 한 번 갈등의 시간이 찾아온다. 상부에서 일반 직원들을 편법으로 해고하기 위해 압박을 주라는 지시가 떨어지는 것.
항상 굳은 표정으로 일관해 직원들에게 좋지 않은 평을 들었던 그였지만, 부당한 일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관리자의 신분으로 노조에도 가입하고 다양한 방법을 알아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회사 측의 거센 압박 뿐이다. 이수인은 본격적으로 회사에 반기를 들게 된다.
아직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첫회에 등장하는 구고신이라는 인물도 이수인 만큼의 비중이 있는 ‘차기 주인공’으로 지목받고 있다. 그는 부당하게 임금을 체불당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부진노동상담소’의 소장이다. 법 지식을 적극 활용해 노동자를 돕지만, 사례비는 일절 받지 않는다.
구고신은 시즌1 마지막 부분에서 다시 등장해 앞으로의 사건 전개에 중요한 인물임을 암시했다. 그는 노동자 인권 보장을 담은 내용의 명함을 건물 앞에서 돌리다가 보안 요원에게 제지를 당한다. 그곳은 바로 이수인의 직장인 푸르미. 이수인의 투쟁 과정을 그린 시즌2에서 그가 본격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예측이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힘을 얻고 있다.
‘송곳’ 은 제목처럼 대한민국의 현실을 날카롭게 꿰뚫는다. 최규석 작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웹툰의 모티브가 몇 년 전 일어났던 모 유통업체의 파업이었다고 밝혔다. 전혀 근거 없는 허구가 아닌, 우리 사회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웹툰에 녹여내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이 웹툰을 그리는 최규석 작가는 ‘송곳’이 웹툰 데뷔작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만화 마니아들에게 꽤 알려진 작가 중 한 명이다.
특히, 2003년 발표했던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는 발간 당시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대한민국 대표 캐릭터인 둘리를 노동자로 표현해 그들의 설움을 그대로 드러냈다. 공장에서 일하다 손가락이 잘려 더 이상 초능력을 쓸 수 없고, 현실에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둘리의 모습을 그렸다. 당시 둘리의 원작자 김수정은 “다음에 누군가 둘리를 또 그리겠다고 하면 난 단호히 거절하겠다. 하지만 최규석의 ‘공룡 둘리’는 단 한 번의 예외다”며 극찬하기도 했다.
이 작품 뿐만 아니라 그의 이름을 알렸던 여러 작품들이 모두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를 소재로 삼았다. 웹툰 마니아들은 그 동안 출판 만화에 주력했던 최규석 작가가 ’송곳’을 통해 그가 본격적으로 웹툰 시장에 뛰어들 것인지에도 관심을 보내고 있다.
현재 ‘송곳’은 시즌1의 연재가 완료됐고, 지난 31일 시즌2의 첫 화가 시작됐다. 이야기 전개 상 시즌1과 2의 구분이 무의미하니 반드시 시즌1 정주행을 추천한다.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조금은 생각해볼 만한 웹툰. 그것이 ‘송곳’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사진 = 송곳 ⓒ 네이버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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