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 (환승역 사진을 올리며) 어쨌든 키오스 합니다~
B : 그런데 키오스가 왜 환승이라는 뜻인가요?
A : 그러게요… 왜 키오스가 환승일까요
B : 키오스란 사람이 환승을 한다였나… 어쩌구였는데 자세한 것을 몰라서…
실제로 트위터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직장과 학교에서 정의로운 월급도둑, 시간도둑질을 하며 트위터를 하고있는 '트잉여'라면 누구나 위트 넘치는 덕후를 한 명 쯤은 팔로잉하게 된다. 그들의 트윗을 읽다보면 환승이라는 말 대신에 '키오스'라는 단어가 종종 등장한다. 사전을 뒤져도 찾기 힘든 신조어다.
키오스라는 명칭은 그리스의 섬 이름으로만 찾아볼 수 있다. 헬리코박터 균을 죽이는 매스틱 치약의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터키 서쪽 해안에서 8km 떨어진 에게 해에 있는 섬으로 그리스, 투르크, 베네치아 등에게 점령당한 역사가 있는 굴곡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여기저기 점령 당한 키오스 섬 때문에 '키오스'가 환승을 뜻하게 됐을까? 유쾌하고 발랄한 우리 덕후들은 도서관에서 유럽 역사책 뒤져볼 시간에 공방 오프를 한 번 더 뛴다. 그럴 리 없다.
일단, 이 기사를 한 번 읽어보자. SNS 상에서도 이 기사가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적이 있다. 복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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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한 팬사인회 이야기를 담은 기사다. 팬의 충성심과 스타의 센스가 조화롭게 빚어낸 하나의 유쾌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 기사에 등장한 주인공이 바로 '키오스'의 어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트위터리안은 "사실 그 팬사인회에서 보여준 충성심으로 화제가 됐지만, 그는 속칭 '갈아탄 적'이 많았다. 걸그룹 팬덤계의 카사노바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연예인 닮은 얼굴에 그런 이벤트까지 하니 주목받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그의 닉네임에는 '키오스'가 들어가 있다. 결국, 자주 갈아타는 그를 빗대 환승을 '키오스'라고 불렀던 것.
그렇다면, 그와 절친한 트위터리안이 제보한 키오스의 '키오스' 역사를 살펴보자.
K그룹 H → K그룹 K → A그룹 L → R그룹 H → A그룹 L → N그룹 K → G그룹 M → 솔로가수 K → G그룹 M → A그룹 J → A그룹 L → A그룹 C (2014년 11월)
영국의 축구팬들은 '마누라를 바꿀 수 있어도 지지팀은 죽어도 못바꾼다'고 외쳤지만, 그는 축구팬이 아니었기에 자유롭게 환승했다. 게다가, 환승 때마다 새로운 걸그룹에 대한 '충성 맹세'가 이어져 많은 걸그룹 팬들의 관심을 얻은 것도 '키오스'를 환승과 동일한 단어로 인식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금은 한 그룹에 정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편집자 주 : 키오스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조개구이를 찬양하다가 냉짬뽕으로 갈아타서 그렇다는 주장도 있고, 프로야구 SK를 응원하다가 롯데로, 다시 한화 이글스로 갈아타서 그렇다는 주장도 있다. 기사에는 대표적인 이미지인 '걸그룹'을 예시로 들었다. 여튼 상습적인 '갈아타기'는 확실한듯 하다)
이후, 덕후들 사이에서는 '환승'이라는 단어를 '키오스'로 바꾸는 트렌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2호선 강남역에서 내려서 이제 신분당선으로 키오스합니다!"와 비슷한 류의 트윗은 매일 등장하고 있다. 이것이 점점 퍼져 나가면서 트위터의 새로운 신조어, '키오스'가 생겨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건 그냥 상습적 배신 아닌가요?". 하지만, 즐겁자고 하는 '덕질'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것 또한 덕질의 본분이 아닐듯 하다. 비록 자주 바뀌지는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걸그룹에게 마음을 쏟을 수 있는 것이야말로 즐거운 덕질의 완성 아닐까.
게다가, 아이돌 덕후들의 '갈아타는 행위'는 드문 일이 아니다. 평균적으로 수명이 짧은 아이돌 그룹에 비해 한 사람의 인생은 길기 때문에 다양한 이유로 좋아하는 아이돌을 바꾸기도 한다.
이제 더 이상 '키오스'라는 정체불명의 단어에 고개를 갸우뚱하지 말자. 단, 이 단어에 대해 너무 아는 척을 한다면 꽤 중증의 걸그룹 덕후로 오해받을 수 있으니 일반인으로 살아가고 싶다면 감안하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키오스'를 배운 독자들에게 노래 한 곡 띄워드린다. 시크릿이 부른다. '사랑은 M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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