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당신은 키워드의 지배자'
세상에 어리석은 재벌만 있겠는가. 한 한공사 회장이 재치있는 발언으로 언론과 인터넷을 모두 손쉽게 휘어잡았다.
10일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박지성 선수 에어아시아그룹 홍보대사 임명' 기자간담회에서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이사그룹 회장은 "향후 한국 노선에서 허니버터칩을 소주와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한국 사람들이 매우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이라고 밝혔다.
토니 회장은 '허니버터칩'이라는 '키워드'가 한국의 인터넷에 얼마나 잘 꽂히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또한 허니버터칩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네티즌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했다. 유명 외국인이 '소주'와 같은 한국 먹거리를 언급하면 관심도가 올라간다는 것 쯤은 기본이었다.
게다가 이슈가 된 경쟁사의 소식까지 적절히 믹스해 관심을 증폭시켰다.
그는 "우리는 봉지를 개봉해서 그릇에 담아줄 수는 없다. 봉지 채 주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리턴' 물의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이번 사태에 불만이 쌓여 꽉 막힌 한국인들의 속마음을 직격했다.
비판은 맞지만 수위 조절도 절묘하다. '저가항공사이기 때문에 우리 규정은 대한항공과 다르다'는 뜻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러니 어찌 한국인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에어아시아'는 단번에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덕분에 이날 좋지 않은 일에 연루된 유명인들도 약간이나마 안도할 수 있었다. 방송인 신정환(사기혐의로 피소됐으나 무혐의 처분), 제2롯데월드 아쿠아리움(내부 터널에 7cm가량의 균열이 발생), 작가 기안87(웹툰 '복학왕' 연재 무단 지각)의 인터넷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는 조금이나마 내려가게 됐다.
다만 경쟁사 대한항공이 받을 스트레스 지수는 올라갔다. '땅콩리턴'의 순위가 '에어아시아'와 함께 2위로 상승한 것이다.
[사진 = 에어아시아 기내식 사진 ⓒ 에어아시아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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