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올림픽을 통해 접했던 태권도 경기를 보던 사람들은 태권도를 생각보다 '지루한' 경기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태권도 좀 배워봤다는 사람들이 너무 흔한 관계로 이 무서운 격투기가 심지어 발동작만 화려했지 별 것 아닌 '시시한' 무술이라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주짓수의 발차기가 더 쎄다", "복싱이나 유도와 붙으면 태권도는 진다" 뭐 이런 류의 얘기들이 흔히 돌아다닌다.
오늘은 이 세간의 인식을 바꿔볼만한 얘기를 풀어보려 한다.
(우선 전제를 깔자. 태권도를 배워봤다고 당신이 태권도를 다 아는 것은 아니다. 농구 좀 해봤다고 당신이 농구 선수가 아니 듯이. 앞으로의 얘기는 주로 프로 태권도 선수들을 상정하고 풀어보겠다.)
1.박진감이 넘치는 것과 파괴력이 강한 것과의 차이
요즘 UFC가 인기다. UFC의 인기요소는 한마디로 박진감이 넘친다는 것.
커다란 덩치와 강인한 근육, 거기에 남성미 넘치는 외모와 분장까지. 그런 남자들의 얄짤없는 리얼한 격투 장면은 당연히 볼만한 장면이다.
그런데 이것을 뒤집어보면, UFC의 타격술은 기본적으로 그만큼 파괴력이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방에 쓰러지거나 기절하는 장면은 찾아보기 어렵다. 눈으로 보기에 박진감은 넘치지만, 그런 장면이 일정 시간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한마디로 그만큼 데미지가 크지 않다는 뜻이 된다.
반면 파괴력이 강한 무술은 한방에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결은 신중하고 보이지 않는 수싸움이 많아지고, 그만큼 구경꾼은 재미가 없어진다.
태권도의 대결은 이 한방의 데미지가 너무 크다. 제대로 기술이 들어갈 경우 기절하는 것은 물론이고 얼굴 함몰이 오는 경우도 흔하다. 그만큼 타격이 강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서로 큰 기술을 피하기 위한 최대한의 전략을 짠다. 인생을 걸고 임하기엔 너무 위험하다.
이런 이유로 태권도 경기에서는 회피와 방어 기술에 대한 패널티가 없다. 당연하다. 지나친 공격 중심의 대결 규칙은 태권도에서는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실전 태권도 싸움 장면. 이런 영상은 전세계에 흔하게 널려 있다
2.발차기의 파괴력은 통상적으로 '1톤'
물리계산을 한번 해보자. 겁먹지 말고 찬찬히 보자. 이해할 수 있다.
몸무게 60kg를 기준으로 선수의 다리 한쪽은 골반 반쪽을 포함해서 대략 20kg쯤 된다. 국가대표급 태권도 선수의 발차기 속도는 0.57 정도가 되니 F=mv (힘 = 질량 X 속도) 공식에 대입하면 대략 1톤 정도의 힘이 나온다.
서양의 태권도 선수들은 체중이 훨씬 더 나가기 때문에 속도가 빠른 선수의 경우는 1톤 이상의 파괴력이 나오게 된다.
이 파괴력이 상대방의 몸에 타격될 경우 어느 정도의 데미지인지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실제 유투브에 돌아다니는 많은 일반인 태권도 실전 영상들을 보면 얼굴은 고사하고 몸통에 스치듯이 맞기만 해도 다 쓰러져서 곧바로 전의를 상실한다.
태권도는 TV로 보는 것만으로는 그 위력을 알기 어렵다. 실제 대회장 가보면 발차기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무시무시하다.
무시무시한 태권도 KO 장면
3.태권도는 발이 주먹만큼 빠른 격투기
제 3자의 입장에서 느긋하게 보기 때문에 태권도의 발차기는 권투나 UFC의 주먹보다 느려보일 수 있다.
"저걸 왜 못피해?"
그런데 못피한다.
태권도의 발차기는 복싱의 주먹만큼 빠르다. 일반 태권도 선수의 발차기는 평균 0.76초다. 대표선수급이 되려면 0.6초 이하까지 가야한다. 복싱 선수들의 속도는 이 사이쯤에 있다.
그래서 한 선수가 일단 어떤 동작에 진입하고나면, 상대편 선수가 발을 쓰는 순간 그것을 피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태권도 경기에서 큰 기술이 잘 안나오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피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발기술을 걸어올 틈을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선수들끼리의 태권도 경기는 답답하게 진행되는 것이다.
결론
위에 거론한 얘기를 종합했을 때 가장 이상적인 태권도의 경기 방식은 대한민국의 WTF 방식보다는 북한의 ITF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안전이 보장되어야 기술도 나온다.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영상일 수 있으니 한번 보도록 하자. 선수들이 헤드기어를 벗은 대신, 발차기의 데미지를 줄이기 위해 글러브처럼 발에 특수 신발을 신고하는 경기 방식이다.
북한의 ITF 태권도 경기
발에 보호구를 끼면 데미지를 줄이는 대신에 좀 더 공격적인 경기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 보호구의 저항 때문에 발차기의 속도 또한 다소 느려지기 때문에 관객들이 보기에 화려한 발기술을 관찰할 수 있는 재미도 있다.
자,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이 태권도가 세계 최강의 격투기라는 뜻은 아니다.
사실 무술이라는 것은 어느 것이 다른 것보다 더 강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세계다. 선수들 간의 강하고 약하고의 차이는 무술 간의 격차라기 보다는 그저 선수들의 간의 숙련도와 기량의 차이라고 보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그저 태권도에 대한 세간의 부당한 인식을 다소간이라도 바꿔보려는 시도였다. 올롸잇?
마지막으로 유튜브 최고의 태권도 대결을 감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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