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출범 회원으로 참여한다는 방침을 확정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통상정책의 방향키가 미국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IPEF가 '중국 견제'의 성격을 띄고 있는 만큼, 중국의 입장으로선 한국의 IPEF 참여가 '반중 노선 동참'으로 해석되기에 우리 외교·통상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청와대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번 주에 방한하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IPEF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공급망 안정화 방안뿐 아니라 디지털 경제와 탄소중립 등 다양한 경제안보에 관련된 사안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IPEF 가입 의사를 밝힘에 따라 오는 21일 개최되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포함된 IPEF 출범을 공식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IPEF는 바이든 정부 최초의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안보' 플랫폼으로 통한다. 관세 인하, 부분적인 규제 철폐에 방점을 두었던 다자·양자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더 범위가 넓은 경제협력체를 지향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를 통해 IPEF 구상을 처음 공개했으며, 회원국들은 △무역 원활화 △디지털 경제·기술 표준 △공급망 안정성 △인프라 협력 △탈(脫)탄소·청정에너지 협력 △노동 표준 등 6개 분야 등을 경제협력 대상으로 한다.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IPEF를 중심으로 역내 동맹·우방국들을 규합해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미 정부는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아세안 회원국들을 IPEF에 참여시키기 위해 공들여 왔다.
IPEF에는 우리나라와 호주, 일본, 뉴질랜드가 가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아세안 회원국 일부도 동참할 예정이다.
우리의 IPEF 참여 공식화는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의미하고 있는 만큼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실제 중국은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이후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화상 통화에서 "디커플링(탈동조화)의 부정적 경향에 반대하고 글로벌 산업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며 "신냉전의 위험을 방지하고 진영 대치에 반대하는 것은 양국 근본이익에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한국의 IPEF 가입을 겨냥한 것으로, 중국을 제외한 경제 안보 공조를 견제하면서 가입이 유력한 한국에 경고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반발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IPEF 참여가 윤곽을 나타내면서, 윤석열 정부의 통상정책은 미국과의 협력 강화 기조로 흐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같은 기조 속 중국과의 통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8조달러에 달하면서 '경제1위' 미국을 바짝 뒤쫓고 있어서다. 중국의 대외 무역도 6조달러를 넘어서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와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이 30%를 넘었으며 대중국 무역흑자는 596억달러 가량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대미 흑자는 227억달러였다.
산업계에서는 우리가 중국에 선을 그을 경우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결정에 따른 경제 보복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섞인 시각으로 이번 IPEF 가입 추진을 바라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인태지역과의 경제 관계를 심화시키기 위한 정책으로 IPEF를 구상하고 있는 만큼, 우리가 동참할 수밖에 없는 국제적 환경이 조성됐음을 중국 측에 거듭 설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의 가입이 중국에 대한 견제에 동참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무역환경의 변화에 따른 국가 이익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중국 측에 주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국제적인 무역 조직에 우리가 참여하지 않을 수가 없는 환경이 조성되어 가고 있고,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참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는 것을 명확하게 이야기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IPEF를 중국의 지역 밸류 체인에 대응하는 새로운 경제협력체라는 식의 규정은 나름대로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정책의 구상은 보이지 않은 상태"라며 "오히려 반중국적인 결사의 특성을 보이기 전에 들어가는 것이 (우리 외교적 스탠스로서는) 훨씬 부담이 덜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중국도 사실은 시장경제의 원칙을 일단 전제하면서 다자적인 경제 협력, 개방성 원칙에 동의하고 있다"면서 "중국에게 IPEF 가입은 우리 국가 이익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는 역할을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지속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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