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을 주워 생계를 유지하던 노인은 뺑소니 사고에도 손수레를 놓을 수 없었다.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고물을 줍던 60대 노인이 20대 운전자가 몰던 차에 치여 다친 몸에도 손수레를 끌고 집으로 돌아왔으나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는 지난 5일 오전 5시 20분쯤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이자 지적장애인인 A(61)씨는 어둠이 가시기도 전인 이날 새벽 4시 32분쯤 자신의 손수레를 끌고 고철과 파지 등을 줍기 위해 집을 나섰다.
5평(16.5㎡) 남짓한 단칸방에 홀로 살던 A씨에겐 고물 수거가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다.
A씨가 손수레를 끌고 2차로 도로를 따라 고물을 찾아다닌 지 50여분이 지났을 무렵, B(26)씨가 몰던 승용차가 A씨를 덮쳤다.
차량은 브레이크도 밟지 않고 달리던 속도 그대로 A씨를 들이받았다.
A씨와 손수레가 도로 밖으로 튕겨져나갈 정도로 사고 충격은 컸다. B씨는 구호 조치는커녕 차량에서 잠시 내려 주변을 살핀 뒤 곧바로 차량을 타고 현장을 떠났다.
의식을 잃었던 A씨는 1시간여 만인 오전 6시 20분쯤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았다.
걸음조차 제대로 걷기 어려운 부상에도 생계수단인 손수레를 끌고 600m가량 떨어진 집으로 되돌아왔다. 이후 A씨는 자신의 조그마한 단칸방에서 숨을 거뒀다.
나흘 뒤인 지난 8일 이웃 주민이 숨진 A씨를 발견했다. 주민 C씨가 며칠째 모습이 보이지 않는 A씨 집을 찾았다가 숨져 있던 A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A씨의 사인이 늑골 골절 등 외력에 의한 충격임을 확인하고 수사에 나섰다.
A씨 자택 주변 CCTV를 통해 사고 당일인 5일 오전 7시쯤 손수레를 끌며 힘겹게 걸음을 옮기는 A씨의 모습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A씨의 이동 경로를 뒤쫓은 결과 왕복 2차선 도로에 설치된 CCTV에는 사고 당일 B씨가 운전한 승용차가 A씨를 치는 장면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CCTV 속 B씨는 사고 직후 20여 초 뒤 차에서 내려 A씨의 상태를 살피더니 다시 차를 타고 그대로 도주했다.
경찰은 사고 차량의 번호판 등을 추적해 B씨의 인적사항을 확인했고, 지난 20일 B씨의 자택에서 사고 차량도 발견했다.
차량은 오른쪽 전조등이 파손돼 있는 등 사고 당시 충격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22일 철원경찰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B(26) 씨를 구속했다.
B씨는 처음에 경찰 조사에서 "고라니를 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이 확보한 CCTV를 보여주자 "너무 무서워 달아났다"고 범행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음주운전 여부는 사건 당시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나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사고 이후 다친 몸에도 손수레를 포기하지 않고 끌고 가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면서 "B씨가 사고 직후 구호조치를 했다면 A씨가 사망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너무 속상해서 울었다", "저 뺑소니 살인마를 엄중히 처벌해라", "너무 끔찍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등 분노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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