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 중인 최저임금위원회 노사가 22일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놓고 본격적인 설전에 돌입했다. 업종별 차등을 둘러싼 노사 간극은 현격하다.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전원회의실에서 제4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의 결정단위와 업종별 차등적용 안건을 논의했다.
그 결과, 노사는 예년처럼 시급 기준에 월 환산액(월 209시간 근로 기준) 병기 방식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내년에도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이 포함된다는 점에는 반박할 여지가 없어졌다.
앞서 노동계는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을 의무 포함시키려는 목적에서 월 환산액 병기를 유지하자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이를 무력화하고자 시급 단일 표기를 요구했다.
사업 종류별 구분 여부에 대해서는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경영계 대표 사용자위원들은 현행 최저임금법에 사업 종류별 차등의 근거 조항이 있고, 업종별 어려움과 지불 능력을 고려해 구분 적용을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동계를 대변하는 근로자위원들은 중소기업이 어려운 이유를 최저임금으로 볼 수 없고, 낙인효과 등 사회 갈등이 우려되며, 최저임금 제도 취지에서도 벗어난다고 맞섰다.
업종별 차등은 지난 수년간 경영계에서 강하게 요구해 온 사안이다. 이것이 실제 적용된 적은 최저임금 도입 첫해인 1988년 2개 업종 분류를 나눈 경우를 제외하면 전무하다.
이에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법정 심의기한이 1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 종류별 구분과 같이 최저임금 제도 취지와 무관한 불필요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 참으로 아쉽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최저임금 사업 종류별 구분적용은 특정 업종에 대한 낙인 효과로 이어져 노동력 감소와 또 다른 차별을 유발할 수 있다"며 "관련된 논의로 심의기한을 지연시키기보다는 본격적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적용 수준 논의를 시작하길 촉구한다"고 했다.
또 "앞으로 본격적 경기 회복으로 올해 높은 임금 인상이 전망된다"며 "이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자의 생명줄인 최저임금이 저율로 또다시 인상될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 불평등은 더욱 심해지고 소득 양극화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의 경우 "(경영계를 대변하는) 사용자위원들에게, 더 이상 어디까지 착취할 생각이냐고 묻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힐난했다.
박 부위원장은 "이미 노동현장에는 국적과 인종, 장애유무, 사업장 규모, 성별 등에 따른 차별이 심화돼 있다"며 "이를 바로 잡아야 함에도 여전히 최저임금 업종·규모·지역별 구분 적용을 요구하는 것은 또 다른 차별과 배제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최근 경총이) 최저임금 인상 요인이 전혀 없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로 주장하시더라"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 대국에 걸맞게 구시대적인 저임금 노동자 착취는 이제 그만 하시고,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사용자위원은 이에 지지 않았다. 오히려 업종별 차등을 지난 번보다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오늘 업종별 구분 등 최저임금 관련 본격 회의가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19 대유행의 직격탄을 맞은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은 여전히 숨쉬기 어려울 만큼 어렵다"고 지적했다.
류 전무는 "최저임금의 일률 인상으로 최저임금 미만율의 업종 간 편차가 40%를 넘고 있다"며 "업종별 구분 적용이 어느때보다 절실해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간 최저임금은 노동생산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인상됐다"고 덧붙였다.
사용자위원인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 본부장은 회의에 앞서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은 1만원 이상이라고 성토했다.
이 본부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단위 결정이 매우 중요한 이유는 시급과 월급을 병기하게 되면 이 둘 모두를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주휴수당은 실제 근로시간이 아니라 약정한 근로시간을 보상하는 제도로, 주휴수당 포함 시 최저시급은 1만640원을 넘어선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모두 왜 일하지 않은 시간까지 임금을 줘야하는 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며 "이는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가 많아지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우리 위원회에서 주휴수당 문제를 개선하는 것은 어렵지만,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감안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노사 모두 최초 제시안을 제출하지 않아 구체적인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박준식 위원장은 이에 법정 심의 기한인 오는 29일 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시작해야 한다며 노사에 다음 전원회의까지 2022년 적용 최저임금의 최초 제시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차기 제5차 전원회의는 오는 24일 오후 3시 세종청사 전원회의실에서 열린다. 노동계는 회의 직전인 오후 2시쯤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 최초 요구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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