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경찰에 대한 신뢰 또한 높지 않은 것도 확인됐다.
스토킹 피해자 10명 중 8명은 피해를 당해도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대학교 이수정 교수 연구팀이 국회에 제출한 '스토킹 방지 입법정책 연구'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이 보고서는 스토킹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담고 있었다.
이 설문조사에서는 스토킹 피해자 256명 중 206명이 피해를 당했을 때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80.5%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결국 피해자들이 스토킹을 당해도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채 혼자서 이런 비극적인 상황을 감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렇다면 이 피해자들은 왜 신고하지 않았을까? 이유를 물어보니 27.6%가 "별다른 조치를 취해줄 것 같지 않아서"라고 답변했고 22.8%의 피해자가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해서"라고 꼽았다. 이 밖에도 경찰이 심각하게 여기지 않을 것 같아서 신고하지 않았다거나 과거에 신고했을 때 경찰이 소용 없었다는 답변도 있었다.
특히 스토킹 피해를 경찰에 신고한 피해자들 또한 경찰의 조치에 만족하지 않고 있었다. 피해자가 경찰의 조치에 만족한 경우는 불과 19.4%로 집계됐다. 가해자의 행위를 제지하기 위해 경찰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거나 가해자를 믿고 가볍게 취급했다는 의견 또한 상당히 많았다.
심지어 경찰이 2차 가해를 저질렀다는 답변도 있었다. 이들은 경찰 신고가 스토킹을 막는데 효과가 있었냐는 질문에도 무려 69.5%가 '없었다'라고 답변했다. 그만큼 경찰이 스토킹이라는 범죄 상황에서도 제대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스토킹으로 시작된 강력 범죄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스토킹을 하다가 연인을 살해하는 경우도 있고 성폭행 등 씻을 수 없는 상처를 피해자에게 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경찰이 제대로 이를 막아내지 못한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
결과적으로 스토킹 피해자들은 피해 상황이 발생했을 때 경찰 신고 대신 혼자서 마주치지 않도록 피해 다니거나 상대방과 싸우고 설득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팀은 "경찰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피해자 자신도 스토킹 피해를 심각하다고 여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라면서 "바람직하지 않은 인식이 수사기관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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