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영화 <네이키드 런치>가 6월 25일 국내에서 최초 개봉했다. 이 작품은 살충제에 중독된 해충 방역사 ‘윌리엄 리’가 벌레들의 초대로 정체불명의 세계 ‘인터존’에 빠져들며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몬스터 무비다. 1991년 처음 공개된 이후 현재까지 논란과 찬사를 동시에 받고 있는 이 영화는 국내 개봉 소식에 큰 관심을 모았다.
관객들은 <네이키드 런치>에 대해 "영화로 처음 접한 이야기임에도 가장 문학적"이라거나 "기발한데 기괴하고, 독보적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영화는 크로넨버그 감독의 기괴하고 섬뜩한 상상력이 절정에 이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크로넨버그 감독은 <네이키드 런치>의 원작 소설인 윌리엄 S. 버로스의 동명 자전적 소설에 대해 “나의 중요한 뿌리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그는 영화 감독이 되기 전 소설가를 꿈꿨으며, 버로스의 작품이 자신의 창작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감독은 “결국 나만의 영화적 목소리를 찾기 시작하면서 버로스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 영화를 스크린에 옮기기로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해프닝도 주목할 만하다. 크로넨버그 감독은 극 중 기이한 생물체인 ‘머그웜프’와 ‘클라크-노바’ 타자기를 구현하기 위해 <플라이>(1986)에서 특수 분장을 담당했던 특수효과팀과 협력했다. 이 소품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제작된 후 캐나다 토론토로 운송되었는데,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세관 직원들이 화물 목록을 보고 경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화물 목록에는 ‘머그웜프’ 50마리, 벌레 타자기 4마리, 다양한 길이의 검은 지네 40마리 등이 적혀 있었다.
영화의 배경은 1950년대, 특히 1953년으로 설정되었다. 크로넨버그 감독은 원래 ‘인터존’을 윌리엄 S. 버로스가 실제로 체류했던 모로코의 탕헤르에서 촬영할 계획이었으나, 걸프 전쟁 발발로 인해 촬영지를 급히 변경해야 했다. 이에 따라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최소 7개의 주요 세트를 새롭게 설계하고 건설해야 했다. 특히 ‘윌리엄 리’가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장면은 탕헤르 항구에서 버스 차고지로 변경되었다. 1950년대 빈티지 버스를 찾는 과정에서 감독은 얼어붙은 들판에서 차축까지 진흙에 파묻힌 버스를 발견하고, 이를 꺼내기 위해 포크레인과 불도저로 작업하여 성공적으로 복원했다.
의상 디자인에도 많은 노력이 기울여졌다. 크로넨버그 감독의 누나이자 의상 디자이너인 데니스 크로넨버그는 모든 의상을 1953년에 맞추기 위해 뉴욕의 전문점에서 구입한 1950년대 전통 원단으로 맞춤 정장 22벌을 제작했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한 시대 재현을 넘어 환각과 현실, 기억과 환멸이 혼재된 ‘인터존’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네이키드 런치>는 1991년 제4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제56회 뉴욕 비평가 협회상에서 각본상과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또한 제26회 전미 비평가 협회상에서 감독상과 각본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네이키드 런치>는 "우아하면서도 정중하게 관객을 지옥으로 초대하는 감독이 또 있을까?"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충격적이고 기괴하며, 크로넨버그 감독의 재능이 살아 숨 쉬는 영화"라는 평도 있다. 이 외에도 "매혹적이지만 까다로우며, 동시에 기막히게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평론도 존재한다.
현재 <네이키드 런치>는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이 영화는 시대를 초월한 상상력과 독창적인 비주얼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으며, 크로넨버그 감독의 독특한 세계관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출처=㈜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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