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속 '방부제' 때문에 라면을 소화시키는데 32시간이나 걸렸다는 미국 연구가 있다.
한국 라면도 정말 이렇게 소화가 안될까. 소화까지 32시간 걸리는 라면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파헤쳐보자.
지난달 7일 방송된 MBN '고수의 비법 황금알'에 출연한 정재훈 약사는 "국내 시판 라면에는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라면은 수분 함량이 낮아 미생물이 자랄 수 없어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고 유통기한 5개월 정도를 버틸 수 있다.
미생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적어도 12~15% 이상의 수분이 필요한데 라면은 고온에서 튀기는 과정에서 4~6% 정도로 수분이 낮아진다.
해당 연구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이루어졌기에 어느 나라 라면을 사용했는지 알 수 없으며 습한 기후 탓에 라면에 방부제를 허용하는 제품을 사용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는 우리나라 제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이 연구는 결과 발표 후 수많은 논란이 이어져왔다. 지난 2012년 이한승 신라대 바이오식품소재학과 교수는 '시사저널', '코리아헬스로그' 등에 "실험 조건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아 부정확한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을 전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실험참여자가 라면을 씹지도 않고 삼켰을 가능성이 있는데다 일반 면요리는 라면 면발처럼 가늘고 단단하게 만들지 않아 쉽게 끊어지거나 풀어져서 소화가 잘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장면에서는 오히려 라면이 소화가 되고 있는 반면 일반 면요리가 굵은 면발이 그대로 보이는 모습도 포착됐다"고 덧붙였다. 즉 어떤 사진을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라면이 소화가 잘되냐, 안되냐' 여부보다는 한가지 실험만으로 간단하게 결론을 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라면 특성이나 성분 뿐만 아니라 사람의 체질도 소화 과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지난달 25일 세계일보는 40여 년 째 라면만 먹고 사는 박병구 할아버지(87)의 사연을 전했다.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장이 좋지 않아 음식을 토하다가 라면을 먹고 편안함을 느꼈고 그렇게 라면만 먹고 살기 시작했다.
94년 할아버지의 사연을 접한 농심 측이 3개월마다 라면 48개를 무상으로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박 할아버지의 라면최적화 체질은 당시에도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는 정말 박 할아버지의 특이 체질이다. 농심 영양연구팀 관계자는 라면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사람도 라면을 과다 섭취하다 탈이 날까 우려했는지 "박 할아버지의 사례는 특수한 것이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라면 외에도 다양한 채소와 계란 등으로 영양을 보충해야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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