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팀 우라와 레즈 선수의 조롱 섞인 손짓에 분노한 한국 선수들이 응징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제주 유나이티드는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라와 레즈와의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0-3으로 패배했다.
제주는 1차전에서 2-0 승리를 거뒀지만 이 경기에서 패배하면서 합계 스코어 2-3으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경기 직후 제주 선수들은 허탈한 마음으로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 흔히 볼 수 있는 패배팀의 풍경이었다.
그런데 승리감에 도취된 우라와 선수들이 손가락으로 도발을 하기 시작했다.
우라와의 마키노 토모아키(槙野智章, 30)가 제주 벤치를 향해 손가락 3개를 펼쳐 보이며 환호성을 지른 것이다. 3-0으로 우리가 이겼다는 뜻의 도발이었다.
이를 본 제주 선수들은 흥분해 마키노에게 달려들었고 양 팀 선수와 코칭스태프들까지 엉켜 몸싸움이 3분여간 계속됐다.
급기야 손가락 세개를 펼쳤던 마키노는 전력질주로 라커룸으로 도망갔고 제주 선수들은 그를 잡으려고 쫓아가는 추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축구에서 벤치를 향한 세리머니 도발은 경기 중 적발되면 경고를 받을 만큼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보통 이긴 팀이 진 팀에게 손을 내밀며 "당신들도 잘 싸웠다. 좋은 경기였다"는 뜻을 전하며 페어플레이 정신을 보이는 것과 달리 우라와 레즈는 승점을 자랑하며 굴욕을 안긴 것이다.
하지만 폭력을 쓴 제주 팀도 잘한 건 없다는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제주 조성환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승리욕 때문에 페어플레이 정신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면서도 "우라와 선수의 행동이 우리를 자극한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국내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 누리꾼은 "우라와의 입장에서는 홈구장에서 다수 팬들의 응원을 들으며 3-0으로 시원하게 이긴 셈인데 득점수를 세리모니로 드러내지도 못하냐"며 제주팀을 꾸짖었다.
반면 일부 누리꾼들은 "그러면 관중석에 가서 할 일이지 대놓고 제주팀 벤치에 할 건 뭐냐. 명백한 조롱"이라며 제주를 옹호하고 나섰다.
또 심판이 편파적이었고 일본 현지 중계를 맡은 방송 측 또한 일본에 불리한 장면은 다시보기로 절대 보여주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편 우리와 레즈 측은 "제주 선수들이 전례 없는 폭력 행위를 범했다"며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항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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