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부사관은 하면서 의무병은 왜 안 되나" vs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판단해야"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는 이른바 '여성 징병'을 둘러싼 논란이 연일 커지고 있다. 남성만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건 '성평등' 사상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과,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황 속 여성 징병은 '시기상조'라는 시각 등이 엇갈리고 있다.
여성 징병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은 해묵은 논쟁거리다. 지난 1999년 군 가산점이 '위헌'으로 판단돼 폐지되고, 사회 각 분야에서 군 복무와 관련된 각종 혜택이 사라지게 되며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또 여성의 장교·부사관 진출이 활성화되는 가운데 "여성 징병도 이젠 충분히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엔 인구 절벽 문제에 따른 '병역 공백' 문제가 제기되자 여성 징병으로 이를 해결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논쟁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여성을 징병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주목받으며 불이 붙었다. 지난 20일 기준 해당 청원엔 12만 명 넘는 국민이 지지 의사를 보냈다.
지난 16일 글을 올린 청원인은 "나날이 줄어드는 출산율과 함께 우리 군은 병력 보충에 큰 차질을 겪고 있다"면서 "군 복무에 적절치 못한 인원들마저 억지로 징병 대상이 돼버리기 때문에 국군의 전체적인 질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여성 징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장교나 부사관으로 여군을 모집하는 시점에서 여성의 신체가 군 복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는 핑계"라며 "성평등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병역의 의무를 남성만 지는 것은 매우 후진적이고 여성 비하적인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누리꾼들은 "남자들만 군 혜택받는 건 성차별"이라며 "여성들도 정당한 국방의 의무를 누릴 자격이 있다"거나 "여자만 가라는 것도 아니고 같이 가자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중 여성으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은 "이제 막 20대로 도약할 여고생 입장에서 여성 징병제 도입에 찬성한다"며 "군대에 가지 않아서 생기는 성차별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또 다른 한편에선 "남자건 여자건 모병제로 전환하자"거나 "기존부대가 아닌 여성부대를 만들자"라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정치권도 논쟁에 기름을 붓고 있다. 차기 대권 도전을 선언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저서 '박용진의 정치혁명'에서 '남녀 의무군사훈련'과 '모병제 전환' 등을 제안했다.
박 의원은 현재의 징병제를 폐지하고 남녀 모두 40~100일간 기초군사훈련을 실시해 대규모 예비군으로 양성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특히 박 의원은 "사회적으로 병역가산점 제도를 둘러싼 불필요한 남녀 차별 논란을 종식시킬 수도 있고, 병역 의무 면제 및 회피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는 여성징병제 논란을 두고 "여성도 군대 가는 것으로 남성 불만 잠재우고 온전한 인간으로 대접받으시라"는 논리라며 "(막상 여성들이 징병돼도) 편한 보직만 골라 받았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의 말처럼 일부 누리꾼들은 병역 문제와 관계 없이 군대에 가지 않는 여성을 비꼬거나 '페미니스트'를 비하하는 식의 악성 댓글을 다는 모습을 보였다. 여군이 징병된다 하더라도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일거에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일각선 여전히 여군들이 군내 성적 괴롭힘을 호소하고 있는 사례가 있는 상황 속 사회적 합의 대책 논의 없이 여성 징병이 실현될 경우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누리꾼들은 "표를 얻기 위해 국민들을 이간질시키지 말라"며 여성 징병 문제가 '정치'에 악용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나섰다. 또 당장 현실화되기 어려운 여성 징병보다는 군 복무 이행에 대한 장병들의 처우 개선과 보상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방부는 여성징병제와 관련해 "국방부가 어떤 입장을 명확히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도 "병역의무 이행자에 대한 적정 수준의 어떤 합리적 보상 지원은 국가안보를 위해서 헌신·봉사한 공적 기여가 있기 때문에 이것에 대한 책임은 국가가 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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