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장병 대상 '노 마스크' 시범 운용 등의 집단면역 달성 여부를 알아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방부는 지난 18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총괄조정팀에 보낸 '군내 선제적 방역 완화 방안 검토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에서 "2021년 8월4일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방부에선 '군내 코로나19 예방접종 완료 후 집단면역 형성시 군이 먼저 적용할 선제적 방역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방대본에 국방부 안에 대한 검토를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공문 내용을 보면 국방부는 △민간과 교류가 없는 영내(부대 내)에선 코로나19 집단면역이 존재한다고 판단해 마스크 해제 등 적극적인 방역 완화조치를 취하고 △세부 방역지침이 수립되면 군내 시범사업을 통해 효과성·위험성을 평가한 뒤 전군으로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했고, 이를 통해 △군내에서 집단면역이 형성됐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한 방대본의 의견을 구했다.
국방부가 이 공문에 명기한 '8월4일'은 문 대통령이 서욱 국방부 장관과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비롯한 군 주요 지휘관을 청와대로 불러 국방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날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당시 문 대통령은 군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상황(장병 55만명 중 약 94% 접종 완료)에 대한 서 장관의 보고에 "요양병원 등을 제외하곤 군이 최초의 집단면역 달성 사례가 되므로 일반국민들이 집단면역에 도달할 때 군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국방부 공문에선 문 대통령은 당시 "(코로나19) 집단면역을 먼저 달성한 군이 민간보다 먼저 방역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국방부 등 관계당국은 그동안 주요 지휘관보고 당시 문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사항에 대해선 "확인이 제한된다"며 함구해왔다.
그러나 청와대의 관련 브리핑과 국방부 공문 내용을 종합해보면, '민간에 비해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월등히 높은 군에서 방역조치 완화를 우선 시행해봄으로써 집단면역 달성 여부를 확인하고, 추후 민간에 적용했을 때의 효과를 가늠해 보라'는 게 문 대통령의 지시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문 대통령이 지난 4일 청와대 회의에서 군 장병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면역 여부, 사망 확률 테스트를 해볼 것을 전군에 직접 지시했다"며 "국방부가 대통령 지시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각 군별로 '노 마스크 정책실험' 시범부대까지 이미 선정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이 같은 하 의원 주장에 대해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놨던 상황. 그러나 국방부가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군내 코로나19 방역완화에 대한 자체 안을 마련했고, △이를 방역당국에도 전달한 사실이 관련 공문을 통해 확인됐다.
이는 군내 코로나19 방역지침 완화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국방부)거나 "국방부와 논의한 바 없다"(질병관리청)던 관계당국의 기존 설명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방대본은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이 '주의' 이상이 됐을 때 질병청 산하에 설치되며, 국방부가 아닌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28일 "국방부가 보건당국에 (군내 선제적 방역 완화 방안) 검토 요청 공문을 보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구체적 방안·적용 시기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한 바는 전혀 없다"고 거듭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질병청으로부터 어떤 회신도 받지 못한 상태라며 "국방부가 지속적으로 '보건당국과는 세부적인 논의가 없었다'는 설명을 한 것과 동일한 취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사진] 방송 캡처, 온라인커뮤니티,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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