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도 다 풀렸는데, 이제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경남 창원에서 만난 강민석씨(34)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해 전 국민들에게 발송되는 ‘재난문자(안전 안내 문자)’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씨는 “옛날처럼 확진자가 어딜 다녀갔는지 동선이 나오거나 하는 것도 아닌데, 매일 몇명 늘어났다, 창원 확진자는 몇명이라고 하는 수치가 지금 무슨 소용이냐”면서 “이제 3명 중 1명이 코로나 확진자 아니냐”고 되물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실시되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날 전면 해제된 상황에 ‘재난문자’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19일 경남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도내 ‘재난문자’ 발송은 △2017년 59건 △2018년 44건 △2019년 19건 △2020년 4244건 △2021년 5667건이다. 올해 3월까지는 1576건이 발송됐다.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 번지기 시작한 2020년부터 ‘재난문자’ 발송이 무려 22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까지 5년여간 총 1만1609건이 발송된 ‘재난문자’는 대부분 감염병인 코로나19 관련이다.
재난문자 종류별로는 감염병이 1만710건(92.2%), 태풍 329건(2.8%), 교통통제 195건(1.6%), 기타 109건(0.9%), 한파 76건(0.6%) 등 순이다.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에 따라 긴급재난문자 송출이 가능하다. 여기서 감염병도 재난으로 표기하고 있다.
신종 바이러스가 발생하면 1급 감염병으로 관리하게 된다. 코로나19 역시 현재 1급 감염병이며, 25일 2급으로 하향될 예정이다. 재난문자는 1·2급 모두 발송할 수 있다.
애초 ‘재난문자’는 확진자의 동선까지 공개했다. ‘OO시부터 OO시 사이 OO헬스장 방문자는 코로나19 검사를 하길 바란다’ ‘OO시 진해에서 마산, 동대구로 가는 고속버스탑승자는 관할 보건소에 연락바란다’는 등 내용이었다. 이는 감염병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그러나 지금은 ‘[창원시청]4.18. 확진자 2576명, 관내 2507명, 타지역 69명’ ‘[함안군청] 4월19일 0시 기준 확진자 118명 발생, 마스크착용 및 개인방역수칙 준수’ 등을 알리며 동선은 빠져있다. 확산 방지 차원에서 시작된 코로나 문자의 의미가 퇴색된 것이다.
여기에다 ‘재난문자’ 발송을 위한 행정안전부 올해 예산은 7억4600만원으로 잡혀있다. 통신사에서 공익 목적으로 건당 비용을 청구하지는 않지만, 문자 발송을 위한 장비 유지비 등으로 들어가는 예산이다.
강씨는 “이제 위드코로나로 가는 마당에 재난이라며 문자를 보는 것 자체가 의문이다. 특히나 시끄러운 소리로 울어대는 알림음에 깜짝깜짝 놀란다”며 “일상은 회복되고 있는데, 시스템은 제자리인 듯하다”고 꼬집었다.
김해시 장유에 거주하는 김기연씨(43)는 “의미 없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너무 많이 와서 어느새 무덤덤해지고 피로도가 누적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남 방역당국은 코로나19가 감염병 2급으로 하향된다고 하더라도 당장에 코로나 관련 ‘재난문자’ 발송을 정지할 계획은 없다.
경남도 관계자는 “재난문자를 언제까지로 하겠다고 딱 정해지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국민의 홍보가 필요하거나 코로나가 퍼질 위기가 예측이 되면 언제든지 보낼 수 있다. 각 지자체의 판단도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감염병 노출을 막기 위해 보낸 것이 재난문자인데 지금은 워낙 환자가 많고 역학조사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본다”면서 “확진자 동선 정보를 제공하던 문자도 방역에 도움이 됐다는 증거가 없다. 오히려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못해 심리적 불안만 조장했다”고 말했다.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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