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키오스크의 메뉴가 'sold out'으로 표기된 것에 대해 다채로운 토론이 벌어졌다.
사연을 올린 한 네티즌에 의해 시작된 이야기는 이렇다.
"어떤 아주머니가 도넛 키오스트 앞에서 sold out'을 연신 누르고 계시길래 다 팔렸다는 뜻이라고 알려드렸다. 근데 이걸 굳이 영어로 써야되나?"
사연을 올린 이 네티즌은 "이런 걸 볼 때마다 '매장 내 1인1음료 주문 필수', '매장 2시간까지만 사용 가능'은 절대 영어로 안쓰고 이를 악물고 우리말로 쓴다고 지적한게 생각난다"며 무분별하게 영어가 사용되는 현실을 비판했다.
이 지적은 상당히 타당해 보이지만, 일부 네티즌들의 시각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일단 이 글에 대해 반대하는 글들이 생각보다 많이 올라왔다. 몇 개를 살펴보자.
"과연 아주머니가 몰랐던 것일까? 자신의 무식함을 불편함으로 표출하는게 유행인가?"
"모든 영어를 다 안쓸 순 없잖아요. 북한도 아니고"
"모를 수도 있지만 잘못된 건 아님"
"이걸 모르는 노인네면 배우지 못해 선거날 묻지마 투표를 한다. 굳이 배려할 필요가?"
이 외에도 생각보다 무분별한 영어 사용에 대해 큰 문제의식이 없는 댓글이 많이 올라왔다.
이처럼 글쓴이의 주장에 불만이나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네티즌들의 의견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듯 하다.
첫째, 영어 좀 쓰는게 대수냐. 많이 쓰는 단어 아니냐.
둘째, 만약 '품절'이라고 쓰면 이것 또한 중국어 아니냐. 영어나 중국어나 그게 그거지.
셋째. 만약 '품절'이라고 써도 이걸 이해못하는 어린 친구들이 또 항의하지 않겠나.
그러나 이들의 주장에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는 걸 많은 네티즌들이 지적하면서 토론은 광활해져 갔다.
우선, 영어 좀 쓰는게 대수냐. 많이 쓰는 단어 아니냐라는 주장에 대해서 많은 네티즌들은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고 외국어를 계속 사용하는 건 한국어를 버리는 것과 같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많은 민족들이 자신들의 언어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외국어를 사용하는데, 왜 우리는 한글이라는 우리만의 언어가 있는데도 굳이 외국어를 사용하는가에 대한 지극히 자연스럽고 타당한 논리다.
그리고 품절이라고 표기했을 경우 이것이 한자이기 때문에 중국어와 같다는 주장은 그냥 틀렸다. 품절은 한자어이지 중국어가 아니다. 이것은 이미 동아시아에서 공동으로 사용되는 표현으로 기원은 중국어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지만 외국어가 아니라 외래어이며, 당연히 한국어다.
마지막으로 품절이라는 단어가 한자어이기 때문에 어린 친구들이 알기 어렵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없음', '다팔림' 등의 단어로 대체하면 좋을 것 같는 의견이 많았다.
이 외에도 신박한 해결방식을 제시하는 이들도 있었다.
굳이 다팔린 메뉴를 품절이든 sold out이든 표기해서 위에다가 그대로 놔둘 필요가 있느냐는 것. 다 팔리면 자동으로 음영처리를 해서 아래로 내리면 되는데, 인터페이스 디자인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네티즌의 의견이 특히 눈에 띠었다.
이런 토론 속에서 갑자기 소환된 빽다방의 키오스크가 그나마 무분별한 영어 단어 사용을 벗어난 사례로 거론되며 칭찬받는 분위기가 훈훈했다.
빽다방은 sold out 대신 품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메뉴명마저도 '큰마들렌', '긴페스츄리와플', '네모머핀' 등 외국어를 써야만 하는 부분과 한글로 쓸 수 있는 부분을 잘 조합해 눈길을 끌었다.
결론. 키오스크란 말부터 없애자. 무인주문기라고 하면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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