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본을 떠나 미국인이 됐다. 일본 문화가 싫어져서 일본에서는 꿈을 이루기가 어렵다. 그래서 지금은 여기에 살고 있다. 미안하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일본계 미국인 분장 아티스트 츠지 카즈히로(50)가 시상식에서 남긴 발언이 일본 내에서 뼈아픈 반성을 일으키며 주목 받고 있다.
일본 태생의 분장 아티스트 츠지 카즈히로는 10일(현지시간) 열린 시상식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국 방송국의 성폭력 문제 실화를 그린 영화 ‘밤쉘’(일본 개봉명 ‘스캔들’)로 메이크업&헤어 스타일링 상을 두 번째로 수상했다.
시상식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카즈히로는 “일본에서의 경험이 수상에 도움이 됐냐”는 질문을 받았다.
카즈히로가 이미 일본 국적을 버리고 미국 국적을 취득했음에도 일본과 엮어보려는 의도가 빤히 보이는 질문이었다.
이에 카즈히로는 “나는 일본을 떠나 미국인이 됐다. 일본 문화가 싫어져서 일본에서는 꿈을 이루기가 어렵다. 그래서 지금은 여기에 살고 있다. 미안하다”고 답변했다.
토시 오가타 아사히신문 샌프란시스코 지국장이 그의 말을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유하면서 일본인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오가타 지국장의 SNS에는 카즈히로의 발언을 존중한다거나 오히려 자국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tor***)은 “일본인인 나는 카즈히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많은 일본인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단지 자신의 경력을 위해 국적을 바꾼 것만 얘기한 거겠지”라며 그를 응원하고 나섰다.
또 다른 누리꾼(toj***)은 일본인으로는 처음으로 미슐랭가이드 프랑스편에서 별 3개를 획득한 요리사 고바야시 케이와 비교하기도 했다.
이 누리꾼은 “고바야시 케이는 일본인을 받아준 프랑스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고, 카즈히로는 일본에서 꿈을 이루기 어려워 미국인이 됐다”며 “자세는 약간 다른 것 같지만 모두 국적이나 직위에 상관없이 실력으로 평가 받은 거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 외에도 “미안하다고 했지만, 사과할 필요가 없다. 상을 받았는데 우연히 원래 국적이 일본이었을 뿐이다”(hid***), “일본이 싫은 게 아니라 OO사람으로 묶이는 게 싫다는 거다. 그는 순수하게 카즈히로라는 개인으로 평가 받고 싶을 뿐이다. 이건 개인의 자유다”(ple***) 등 옹호 발언이 이어졌다.
카즈 히로는 1989년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공포 영화 ‘스위트 홈’에 참여하며 분장 아티스트로 데뷔했다. 이후 주로 미국에서 활동해왔다.
카즈 히로는 2018년 열린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다키스트 아워’로 같은 상을 받았다.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에 참여해 특수 분장을 맡아왔다.
카즈 히로는 지난해 3월 미국 국적을 취득하고 개명했다. 그는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얻은 이유로 “일본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국적을 버림으로써 해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또 개인으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일본 국적을 버리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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